[경제칼럼] 중소기업 유예기간, 개선방안은

[경제칼럼] 중소기업 유예기간, 개선방안은

기사승인 2018-01-11 05:00:00
피터팬과 웬디는 어른이 되지 않는 섬, 네버랜드에서 신나는 모험을 했다. 하지만 함께 모험을 마친 피터팬과 웬디의 결정은 달랐다. 웬디는 현실의 세계로 떠나 어른이 됐지만, 피터팬은 어른이 되길 거부하면서 네버랜드에 남기로 결심한 것이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도 힘들고 어른이 된 후의 책임도 크다. 기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업 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중소기업에서 얻었던 많은 혜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이 혜택에는 세금도 포함된다. 많은 혜택에 익숙했던 중소기업이 성장으로 인해 더 이상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면 경영상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이유로 세법에서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더라도 일정기간 중소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 기간을 유예기간이라고 하고, 그 기간은 최초로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는 과세연도와 그 다음 3개 과세연도까지로 한다. 

◇중소기업 자격 충족 시, 유예기간 적용

세법상 중소기업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규모기준, 독립성기준, 업종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규모기준은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재무적 상한선을 말한다. 규모기준은 업종에 따라 매출액 400억, 600억, 800억, 1000억, 1500억의 5개로 분류된다. 또한 자산총액이 5천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중소기업을 졸업한다. 중소기업이 규모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중소기업에서 졸업하고 유예기간 중 기업이 된다. 

독립성기준은 해당 기업이 독립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말한다. 이 기준은 거대한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에게는 중소기업을 위한 세금혜택을 배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성장하는 기업이 규모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업을 쪼개는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방법도 이 기준에 포함됐다. 즉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회사, 자산총액이 5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30% 이상의 지분을 출자할 때는 독립성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리고 상호 지배·종속관계에 놓인 회사인 관계회사의 경우, 이 관계회사들의 매출액에 지분율을 반영해 합산한 매출액으로 중소기업 해당 여부를 판단한다(관계회사기준).

업종기준은 세법상 중소기업에 해당하기 위해 영위할 수 있는 업종에 관한 기준을 말한다. 호텔업이나 여관업 같은 소비성서비스업을 영위한 기업은 세법상 중소기업에서 배제된다. 

유예기간 중에 있는 기업이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이나 유예기간 중에 있는 기업과 합병하는 경우나, 창업 후 2년 이내 매출액 규모기준을 초과하거나, 독립성기준(관계회사기준 제외)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과세연도부터 유예기간을 적용하지 않는다.

◇관계회사, 중소기업 제외 시에도 유예기간 허용

독립성기준의 도입 당시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중소기업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는 유예기간이 허용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업은 원래부터 경제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에 속해 있으므로 중소기업에서 벗어나면서 급격히 늘어나는 세금부담을 고려해 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관계회사기준은 독립성기준의 세부요건으로 2011년부터 도입됐다. 이 기준이 도입된 후에도 기존 유예기간 중 기업이 관계회사에 해당된 경우에도 유예기업에서 제외되지는 않는다. 반면에 중소기업인 상태에서 관계회사에 해당되는 중소기업에게는 유예기간이 허용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상태에서 관계회사에 해당하는 기업이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관계회사기준의 도입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일으켰다. 즉 지분의 인수 등으로 관계회사기준에 해당돼 중소기업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갑자기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왜냐하면 독립성기준으로 중소기업에 해당되지 않은 기업에게는 유예기간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2015년부터는 관계회사기준에 해당돼 중소기업에서 제외되는 기업에도 유예기간이 허용됐다. 

◇업종별, 탄력적 유예기간 검토 필요

현행 유예기간은 일률적으로 3년이 적용되고 있으나 유예기간의 탄력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할 경우, 이 벤처기업은 관계회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중소기업을 졸업할 가능성이 크다. 벤처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에 인수되는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유예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세법에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업종별로 유예기간을 탄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예기간은 중소기업을 이제 막 졸업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일반 소상공인과 직접 경쟁하는 업종의 경우에는 중소기업의 지위유지가 오히려 다른 소상공인에게 불리할 수 있다. 따라서 업종별로 유예기간의 탄력적인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글=김태훈 공인회계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이사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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