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수급 딜레마 빠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수급 딜레마 빠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기사승인 2018-01-17 09:39:44
전문 간호인력 만으로 입원환자의 간호와 간병을 해결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난관에 봉착했다. 간호사 인력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처우 및 근로환경 개선의 목소리까지 높아지며 정부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내놓으며 간호·간병서비스를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내놨다. 이는 당초 병원 내 감염관리 및 간병비 부담완화를 위해 추진된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 개편한 내용이다.

문제는 간호사 인력이다. 2016년 상급종합병원을 포함 연내 400개 기관으로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될 당시에도 간호계를 포함한 의료계 내부에서는 간호사 인력수급 문제와 연봉 등 처우개선의 한계를 피력하며 정책속도를 늦춰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정부는 가속 페달만 밟았다. 현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제에 대한 폭넓은 논의는 없었다. 그 결과, 신규간호사 연봉이 대기업 연봉을 뛰어넘은 상황에서도 병원에 간호사가 부족해 제대로 된 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하고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관련 지표, 악화일로

병원간호사 이직률은 30%대를 웃돌고, 간호사들의 피로도와 만족도는 떨어졌다. 병원에서는 3년~10년 사이의 숙련된 간호사들이 사라진 잘록한 허리라인을 뽐내며 환자안전, 감염관리 등 다양한 부차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일산병원 연구소에서 최근 발표한 ‘2017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 질 향상 방안’ 보고서에서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낙상보고율이 사업 이전 1.3%에서 2013년 0.95%로 떨어졌지만, 해가 갈수록 증가해 2016년에는 1.68%로 증가했다.

거동이 힘든 환자가 침대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발생하는 욕창 발생률도 사업이전인 2012년 1.74%에서 2013년 0.76%로 크게 낮아졌지만 해마다 증가해 2016년에는 1.83%로 사업 이전보다 높아졌다. 욕창의 중증도는 41.7%에서 꾸준히 악화돼 현재 96%에 달했다.

이 외에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며 간호사의 업무량은 2016년 대비 23.8% 늘었고, 업무만족도는 13.3% 낮아졌다. 심지어 응급환자 발생 시 적절한 설명이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중증환자가 가족이나 간병인이 없어 불안해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 일산병원 연구소는 “고령 및 중증 입원환자의 증가로 기본간호활동 요구도가 상승하고, 낙상 및 욕창 고위험 등 환자안전을 위한 심화된 간호업무가 증가하고 있다”며 “간호환경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인력배치가 개선돼야 간호인력이 현장을 떠나지 않아 질적으로 우수한 간호가 제공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 정부, 현장 원하는바 담지 못한 ‘간호인력수급대책’ 추진

결국 현행 간호사 인력만으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공하는 적정 간호나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간호 인력의 원활한 수급과 업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인력수급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종합대책에는 간호사의 절대적인 수를 늘리기 위해 간호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비롯해 간호인력의 배치기준 변경 등이 담겼다. 특히 의료기관 내 간호인력의 이직률을 낮추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업무환경 개선 및 처우 개선 방안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3교대의 높은 노동강도와 불규칙한 생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인 업무특성, 업무 대비 낮은 임금과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업무환경 등으로 인해 이직률이 높고 3년 이상의 숙련된 간호사들의 노동현장에서의 이탈이 많아 선행적으로 문제를 개선해야한다는 취지다.

다만, 4교대 도입, 간호사의 업무범위 명확화, 의료기관 내 간호등급 세분화 및 채용시기 조율, 24시간 직장어린이집 도입 및 지원, 3년 이상 숙련 간호사에 대한 별도수가 책정 등 간호현장에서의 요구는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처우개선이나 근무환경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까에 집중해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 3차 대책을 지속적으로 수립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일련의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은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 11월 발표를 목표했던 정부는 아직까지 종합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책 수립과정에서 간호계의 반발이 심해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계와의 조율이 필요했고,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통과 혹은 보고 절차를 거쳐야하는데 1달에 1번 밖에 열리지 않아 시기를 놓쳐 미뤄졌다”며 “1월 말에는 가능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다.

◇ 발목 잡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꼼수(?) 쓰는 정부

간호계와 복지부 간 논의의 쟁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모델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에 따른 간호인력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종합대책의 수립 및 수가구조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복지부는 종합대책과 함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방안과 간호관리료를 중심으로 한 수가구조 개선방안을 1월 중에는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가 서비스 요구에 비해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간호사 인력을 간호조무사 등 보조인력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간호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호계에 따르면 정부는 처우개선을 비롯해 전문간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현행 간호사 배치기준을 하향조정해 간호사 1인 당 환자수를 늘리고, 간호조무사 등 보조인력의 비중을 높이는 인력모델을 제안했다.

이에 간호계 관계자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정부에서는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안하고 의료서비스를 돌려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간호사 기준을 하향한다는 것은 적정 간호서비스를 위축시키는 시도라서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비스 확산을 위한 인력을 갑자기 늘릴 수 없으니 보조인력으로 때우겠다는 식의 꼼수”라며 “노인인구나 만성질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60~70년대식 인력대책은 수긍이 안 된다. 국민들에게 진정한 간호를 경험할 기회조차 박탈하는 행태다. 간호사가 체감할 만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한편, 정부는 종합대책을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관련 단체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1월 건정심에서 이를 보고하고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이다. 이에 간호협회 및 간호조무사협회 등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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