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의료계, 소신진료 위축 우려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의료계, 소신진료 위축 우려

기사승인 2018-01-17 14:41:44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사건을 두고 의료계가 의료진의 진료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간 사망원인이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내부적인 논의만 이어오던 관련 학회와 의사회들이 성명 등의 형태로 소신진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과학회와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신생아학회, 대한주산의학회는 16일 공동의견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경찰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4명의 신생아가 연이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주치의인 조수진 신생아중환자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학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소아청소년의학 전문가들은 유가족의 슬픔에 조금 더 공감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연대적 책임감을 통감한다”면서도 “담당 의료진 개인을 문책하는 것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면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명의식을 가지고 신생아 환자를 돌봐온 국내 의료진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고 국민과 신생아 보호자들의 의료진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리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며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인력의 이탈과 함께 새로운 인력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면 숙련된 전문가를 잃고 퇴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환자실은 감염에 취약한 공간이며 환자들 또한 감염에 취약한 특수한 환경으로 최선의 관리노력에도 병원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곳으로 어느 선진국시스템도 의료관련 감염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해를 당부했다.

아울러 “여전히 개선해야할 여지가 많은 상태”라며 개인의 과실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병원, 보건당국의 협조로 신생아 의료의 질과 안전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공공의료서비스 지원확대 등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학회들의 의견과는 별도로 개별 의사회 차원에서의 성명들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경찰은) 원하는 결론을 이미 내놓고 억지로 끼워 맞추기 수사를 통해 사태를 미봉책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한다”는 입장을 같은 날 발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파악한 바에 의하면 해당 주치의와 전공의는 자신이 있어야하는 상황과 위치에서 제 역할을 모두 수행했다”면서 “사건의 명백한 인과관계와 책임소재를 밝히지 않고 무리한 수사로 사건을 종결하려는 시도는 군부 독재하의 경찰 수준”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서울시의사회도 “경찰의 몰아가기식 조사, 잘못된 여론조장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며 “많은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성실히 조사에 임하며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어떤 오해와 비난에도 꿋꿋하게 대처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경찰의 조치는 묵묵히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결과만 가지고 사법처리를 하려는 시도”라며 막을 수 없는 의료사고로 의료진이 사법처리 된다면 아무도 위험하고 힘든일을 하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경찰은 16일 오후 1시 신생아중환자실장이자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했다. 다만, 조 교수가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 경찰출석 2시간이 채 안 돼 귀가했다. 

조 교수의 변호인인 이성희 변호사는 경찰이 조 교수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기에 앞서 구체적인 감염경로가 밝혀야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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