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개악 천명한 ‘2018년 건강검진’, 불통의 산물?

의료계 개악 천명한 ‘2018년 건강검진’, 불통의 산물?

개원내과계, “탁상행정” vs 복지부, “2차 종합계획에 이미 포함”

기사승인 2018-01-23 00:08:00
2018년도, 달라진 건강검진 제도를 두고 제도수립 주체인 정부와 이행주체인 의료계가 충돌했다. 정부는 국민의 편의성과 보장성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반면 개원내과계는 의료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의료인의 고통과 체계적 만성질환 관리를 저해한다고 맞섰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회장 최성호)가 22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건강검진 제도는 별다른 홍보나 교육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된 후 시행됐다. 심지어 개편 전 의료인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협의 없이 추진돼 기관 종사자나 수검자 모두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醫, 갑작스런 개편에 건강검진기관 부담증가까지

개원내과회는 “일선 건강검진 담당 의료인들의 입장에서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의한 개악”이라며 “새해를 맞이해 모든 것이 송두리째 변해버린 형식과 내용에 소규모 1차 의료기관에서는 검진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근거로는 수검자마다 다른 검진항목 구성 많은 내용을 담고자 작은 글씨로 작성돼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진표 새롭게 추가된 항목에 따른 설문추가 검사 통지내용 증가로 인한 통보서 분량 및 작성부담 증가를 들었다.

특히 고지혈증 검사주기를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체계적인 만성질환 관리라는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고, 정부의 일차의료 활성화 정책과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고혈압·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국민들에게 고지혈증 혈액검사비용을 추가로 부담시켰다고 비난했다.

의심질환에 대한 진단을 확정하는 2차 검진제도를 폐지한 이유가 그간 낮은 2차 검진 수검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며, 2차 검진수가에도 미치지 않는 재진 진찰료만으로 동일한 행위를 강요하며 대상자가 늘어난 생활습관 평가의 부담을 검진기관이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전했다.

이에 개원내과회는 ▲건강검진 개정 시 의료계 의견 수렴 시행 전 충분한 사전 준비 및 홍보 과도하고 복잡한 문진표 개선 2년마다 고지질혈증 검사 시행 1·2차 검진 분리 타당한 상담수가 인상을 요구했다.


◇ 政, ‘제2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에 따라 단계별 추진

하지만 정부는 소통부재, 일방적인 제도개편, 현실적이지 못한 개선내용이라는 개원내과계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올해 바뀐 검진제도는 2016년 7월 발표한 ‘제2차 국가건강검진종합계획’에 근거해 도입된 내용으로, 당시 관련 학계와 의사회의 충분한 의견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국민의 편의를 위해 2차 확진 검사를 민간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 1차 의심, 2차 확진, 3차 치료 과정을 거쳐야했던 단계를 줄이고, 수검자가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의심질환을 직접 확인하고 바로 치료받을 수 있어 ‘이용자 편의적’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2차 종합계획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8년부터 병·의원을 통한 확진검사를 확대해 수검자가 가까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확진검사를 받고 즉시 질환치료를 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만성질환 관리모형과 연계해 질 높은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건강검진을 통해 무료로 진행된 2차 확진검사와 동일하게 1차 검사 후 의료기관에서 확진검사와 진료가 이뤄질 경우 검사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전부 부담해 진료를 위해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수검자의 부담을 오히려 줄였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의 부담 증가와 고지혈증 검사주기 문제에 대해서도 “인지기능장애와 같이 검진 대상과 항목이 늘고, 주기가 짧아지는 등 보장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작성해야할 문진표나 체크항목이 일부 늘었을 뿐이며 전문가의 의학적 검토에 의해 고지혈증 주기가 변경된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개편이었다고 부연했다.


◇ 국가검진 신뢰도 및 질 개선, 민간검진 질 관리 ‘박차’

이 외에도 복지부는 암 검진 프로그램 확대, 건강행태 조기개선을 위한 상담서비스 확대, 상시적 근거평가 및 조정체계 구축, 국가건강검진과 함께 민간건강검진 실태조사 및 근거평가 등을 올해 추진하며 질 관리에 매진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검진항목이나 기관 평가를 수행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평가지표 고도화 등을 통해 꾸준히 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며 “올 해에는 예방이라는 검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객관적 검진항목과 기준을 수립하고 평가지표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검진기관 평가결과에 따라 우수기관과 미흡기관을 선정, 국민들이 기관 선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이를 알리는 한편, 우수기관에게는 평가대상에서 제외하고 재정지원을 하고 미흡기관은 검진인력 교육강화 등을 통해 질 개선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심지어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민간건강검진 기관과 프로그램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의원급 검진기관에 대한 실태조사가 마무리되는 하반기에는 올바른 검진 프로그램 이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배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평가와 질관리라는 측면이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가건강검진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민건강증진과 예방이라는 건강검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검진의 질과 영역을 고도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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