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검사만으로 렘수면 행동장애(수면 중 잠꼬대를 하거나 몸부림을 치는 등 꿈 속 행동을 실제로 옮기는 질환) 환자의 파킨슨병 진행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세계 최초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연구 논문은 영상의학 분야에서 인용도 1위인 영상학(Radiology) 저널에 실려 세계적으로 큰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종민(사진 왼쪽) 교수, 영상의학과 배윤정(오른쪽) 교수 연구팀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중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파킨슨병으로 진행할지에 대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알 수 있게 됐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4~2015년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18명, 파킨슨병 환자 18명, 비질환자 18명에게 동일기간에 각각 MRI 검사를 실시하고, 향후 약 2년간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가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는지 여부를 추적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 촬영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뇌 MRI 사진을 분석해 본 결과 2년 후 파킨슨병으로 발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큰 차이가 발견된 것이다.
먼저 파킨슨병으로 진행하지 않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7명의 경우 아무 질환도 없는 건강한 사람(비질환자)과 동일하게, 뇌 MRI 사진에서 하얗고 동그스름한 부분이 발견됐다.
그런데 1~2년 후 파킨슨병으로 발전하게 되는 환자 11명의 경우 파킨슨병 환자 18명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부분이 나타나지 않는 특별 소견을 보였다.
2년간 추적 결과, 처음에 이러한 특별 소견을 보인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파킨슨병을 앓게 될 확률이 7.13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특별소견이 연구를 진행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무려 60%에서(18명 중 11명)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도 경각심을 주었다.
배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를 그저 잠버릇이 사나운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간단하고 부작용 없는 MRI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 진행 여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된 만큼,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이는 환자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볼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 교수는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를 미리 예측해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어 의미 깊다”며 “향후 MRI 검사 기술이 보다 발전해 렘수면 행동장애에서 파킨슨병으로 발병, 진행되는 전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면 파킨슨병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근본적인 치료 및 예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성남=김동섭 기자 kds61072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