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면 의사 얼굴보기 힘든 이유 있었다

입원하면 의사 얼굴보기 힘든 이유 있었다

기사승인 2018-01-29 15:52:16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하루에 최소한 6시간, 평균 8~9시간은 수면을 취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정작 의사들 본인은 권장 수면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환자를 보며 전문분야에 대한 실습을 겸한 수련을 하는 전공의들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실제 전공의특별법 제정 당시 연속근무 시간을 36시간으로 제한한 배경에는 휴식시간 없이 36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평균 연속근무시간에 대한 조사 결과 20~22시간을 휴식시간 없이 일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 때문인지 대학병원에서 종종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상당부분은 부족한 수면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로 발생하는 단순 실수다. 문제는 생명과 직결되는 최전선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일련의 사고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인력부족으로 꼽는다. 그리고 안치현 회장은 최소 인력으로 최대 효율을 끌어내려는 병원과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원하는 정부, 근무시간을 줄이려는 지도전문의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불행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인력부족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전공의 1명이 관리하는 환자 수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지난 28일 전국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총 3800여명이 응답한 설문조사결과를 제시했다. 설문결과, 전공의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는 평균 41.8명이었다. 

많이 보는 병원은 평균 90.1명을 관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당직 근무를 서는 경우에는 홀로 300명이 넘는 환자를 보는 전공의들도 수두룩했다고 밝혔다. 안 회장은 “전공의들의 누적된 피로, 불충분한 수면, 과도한 업무 역시 담당하는 환자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담당 환자 수와 함께 주당 근무시간도 여전히 길었다. 설문에 따르면 2017년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85시간으로 2016년 평균 91.8시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법정 제한시간인 80시간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대전협은 “전공의 법 제7조 수련시간 관련 조항의 시행이 불과 2달 남은 시기에 진행된 조사였음에도 수련시간이 지켜지는 병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소위 ‘BIG 5’라 불리는 일부 대형병원에서 조차도 주당 근무시간 100시간을 넘기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수련병원은 평균 21.5%를 기록했다. 해당 병원 평균 근무시간이 100시간임을 감안하면 일주일에 20시간은 수련과 관계없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수련환경의 질 개선과 적절한 교육 및 참여기회 확대를 강조했다.

한편, 대전협은 근무시간 및 담당환자 수 관련 설문과 함께 전공의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설문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병원 내에서 언어 폭력을 경험한 전공의들이 47.1%에 달했으며 신체적 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한 경우도 10.7%와 7.2%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안치현 대전협회장은 “개선 방안은 명확하다. 전공의 수련을 뒷받침할 안정적 재정지원과 수련환경 평가 시스템 강화다”라며 “전공의 임금을 병원에서 부담할 경우, 전공의는 피교육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식된다. 국가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전공의의 지위도 ‘의료계 최약자’가 아닌 피교육자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련환경 평가시스템 강화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수련하는 전공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개선안이 도출되도록 조사결과를 공개·공유해야 한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검증된 평가결과에 따라 수련기관들에 대한 확실한 상벌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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