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이어 사법부까지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성추문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5일 민중기(59·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4년 전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민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임명됐다.
동아일보는 지난 2014년 9월23일 당시 서울고법 행정7부 부장판사였던 민 부장판사가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남자가 여자를 만족 시키는 데 뭐가 필요한지 아느냐.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민 부장판사는 엄지와 검지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부장판사의 발언 이후 자리에 있던 판사들은 대화 주제를 돌리려 애썼다. 당황한 민 부장판사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할 일이 남았다"며 자리를 떴고 법원 내부에서 비판 의견이 나오자 식사를 함께한 여기자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논란이 되자 민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고법을 통해 "그 사건 직후 참석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지금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동작이나 표정 등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검찰에서도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에 이어 임은정(44·사법연수원 30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 검사가 성폭력 폭로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이날 오전 9시쯤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15년 전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또 서 검사 사건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조희진(57·사법연수원 19기) 동부지검장이 당시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지난 2003년 5월2일 경주지청 재직 당시 A 부장검사가 "경주지청 관사인 아파트 1층까지 따라와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고 했다"면서 "물을 주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는데 갑자기 입안으로 들어오는 물컹한 혀에 술이 확 깼다"고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또 임 검사는 A 부장검사가 집까지 따라와 오른손으로 잡아당겼고 이후에도 초인종을 계속 눌렀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임 검사는 조 지검장을 겨냥해 "지난 2007년 1박2일로 열렸던 여검사 모임에서 피해 사실을 전했다. 그 행사는 예산이 지원된 공식 행사이고 맏언니인 조 지검장이 있는 자리이니 무언가 도움을 받고 개선책이 마련될 줄 알았는데 어떠한 후속 조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임 검사는 조 지검장의 조사단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당시 조 지검장이 자신에게 "'조직과 어울리지 못하니 나가라' '정신병원 치료를 받으라'"며 폭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조 지검장은 지난 2일 임 검사가 사퇴 요구 메일을 보낸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수사 결과로 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