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 연구과제 기획·선정 ‘밀실 합의’ 의혹

[단독]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 연구과제 기획·선정 ‘밀실 합의’ 의혹

외부 기획위원 소속 기관 연구 최종 지원 상당수 낙점… 前국립정신건강센터장 부인 소속 기관도 선정 공정성 시비 일어

기사승인 2018-02-06 00:08:00

■ 탐사 프로젝트 ‘하얀 부역자들’ 글 싣는 순서

① 박사 특혜 입학 논란, 서울대에도 있었다

② 서울대 박사 특혜 입학 의혹, 윗선이 무리하게 몰아붙였다

③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 연구과제 기획·선정 ‘밀실 합의’ 의혹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은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정신건강 분야 연구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앞서 쿠키뉴스는 사업 초기 연구비 지원 과정에서 사업 주관 기관이었던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전 센터장이 연구 과제 선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자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연구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사업의 연구과제 기획은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획위원회가, 과제수행기관 선정은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과제평가단이 결정하며,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이 평가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쿠키뉴스 탐사보도팀이 2014년부터 현재까지 사업단이 지원한 연구 과제를 전수 조사한 결과, 해당 기관의 해명과는 배치되는 증거가 발견됐다. 당시 기획위원회에 참여한 외부 전문가들이 속한 기관들을 중심으로 연구비 지원이 집중됐음이 나타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김모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장은 기획위원회의 역할은 연구 과제를 선정하는 것에 국한된다면서도 본인이 단장 취임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당시 사업단장은 전 센터장이라고 덧붙였다.

-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사업단장 맡아

- 부인 기획위원 참가 소속 연구 기관 선정돼

- 연구 과제 기회·선정 밀실 합의의혹

-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 공정성 의혹 일어

[쿠키뉴스 탐사보도] 지난 201461일 출범한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연구과제 기획 및 선정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여러 곳에서 관측됐다. 참고로 해당 사업의 시행 주체는 보건복지부이며, 출연기관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다. 해당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성과 평가 및 재정사업평가를 받는 국가 R&D사업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업 주관 연구기관은 국립정신건강센터라는 점이다.

해당 사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위원회는 두 개로 압축된다. ·외부 위원이 참여, 연구과제 기획을 담당하는 기획위원회와 과제수행기관을 선정하는 과제평가단이 그것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연구소에 따르면, 연구 기관 선정 전 절차에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관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최초 사업단 출범 초기 단장은 당시 전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이었다. 김모 현 사업단장은 취재진에게 공식적으로 사업단장은 전임 전 센터장에 이어 현재까지 세 명이었다면서 전 센터장 퇴임 이후 센터 간부가 잠시 직무대행을 맡았고, 201610월부터 본인이 사업을 맡아 지원 사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이 사업단장이었다는 것은 그가 최초 센터 발족에 적극적으로 나선 인사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여러 시사점을 갖는다. 복지부 소속 국립병원이 센터로 상향되는데 있어 그의 역할과 영향력은 상당했다는 게 복수 취재원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런 그가 정신건강 연구를 전담하는 사업단장이었다는 사실은 해당 사업 기관 선정 과정에 전 센터장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으리란 추정도 가능한 지점이다.

물론 연구 활성화를 위해 센터장의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진술도 존재한다. 그는 정신건강 연구가 자리 잡는 것에만 본인의 영향력을 발휘했을까. 혹은 그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을까. 이 질문의 답은 2014~2017년까지 어느 기관에 얼마만큼의 연구비가 돌아갔는지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취재진은 사업단 출범 이래 선정된 연구 기관과 연구비 규모를 전수 조사했다.

현재까지 연구 기관으로 선정된 곳은 서울대(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 보라매병원·서울대 산학협력단) 가톨릭대(산학협력단) 중앙대(산학협력단) 연세대(산학협력단) 고려대(산학협력단) 삼성서울병원 전북대(전북대병원·전북대 산학협력단) 차의과학대(분당차병원·산학협력단) 한양대(산학협력단) 경희대(산학협력단가톨릭관동대(산학협력단)기타(전남대병원·경상대병원·대한정신건강재단·울산대 산학협력단·인제대 산학협력단·계명대 산학협력단·순천향대 산학협력단·아주대 산학협력단·세명대 산학협력단) 20개 기관.

그리고 각 기관마다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18억여 원의 연구비가 지원됐다. 연구비 규모 상위 10개 기관(1)에 사업 초기 기획위원회에 참여한 외부 인사들과의 연관성을 비교했다(2). 가장 많은 연구비가 책정된 기관을 포함해 총 8개 기관에서 연관성이 발견됐다. 당시 사업단장을 맡은 전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의 원소속이었던 서울대는 18억여 원을 지원받아 연구비 규모면에선 2번째였지만, 지원 빈도는 8번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씨의 부인 역시 당시 외부 기획 위원이었으며, 그가 소속된 삼성서울병원은 2회에 걸쳐 5억여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음이 확인됐다.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 기획위원회의 역할은 연구과제 기획에 국한됨에도 왜 이 같은 결과가 나오는 걸까. 이와 관련해 김모 현 사업단장의 말을 들어보자. “기획위원회는 차기에 진행할 연구 아이디어를 모으는 역할을 맡는다. 내부 연구소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어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단계다. (외부 기획위원 소속 연구기관이 상당수 선정된 것과 관련해) 왜 그러한 통계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연구기관 선정위원회는 따로 있다. 기획위원회와 선정위원회는 역할이 다르다. 원칙적으로는 양 위원회 구성 인사가 겹치진 않도록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일부 인사는 연구 기획과 선정 모두를 겸했을 수도 있다.”

정리하면, 어떤 연구를 진행할지 선정하는 외부 전문가 그룹이 있고, 이들이 정한 분야별 연구 카테고리에 따라 각 기관으로부터 연구비 지원 신청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실제 연구비 지급을 결정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거쳤음에도 최초 연구 분야를 정한 외부 인사 소속 기관들 다수에 연구비가 주어졌다. , 외부 인사는 분야를 정하고 그들이 속한 기관 중 상당수가 연구비를 챙겼다는 이야기다. ‘밀실 합의연구비 몰아주기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 누리집에는 운영위원회 명단만 공개되어 있을 뿐, 기획위원회 명단은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 사업단장은 기획위원은 상설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당시 기획위원회 내부 위원에는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도 포함돼 있었지만, 공정한 이 정해졌는지를 관리·감독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측에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아무런 답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인용 보도 시 <쿠키뉴스 탐사보도>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쿠키뉴스에 있습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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