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인교진 “조상무 역할 너무 즐거워… 항상 선택받는 입장이었죠”

[쿠키인터뷰] 인교진 “조상무 역할 너무 즐거워… 항상 선택받는 입장이었죠”

인교진 “조상무 역할 너무 즐거워… 항상 선택받는 입장이었죠”

기사승인 2018-02-07 00:05:00


‘인교진’은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2016년 방송된 KBS2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홍두식 역을 맛깔나게 연기한 것이 시작이었다. 제 옷을 입었다는 평가를 받은 후 미워할 수만은 없는 코믹한 악역을 조금씩 달리해 소화하고 있다. ‘배우 인교진’하면 떠올릴 수 있는 캐릭터를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최근 종영한 KBS2 ‘저글러스’ 마지막회에서 ‘배우 인교진’으로 출연해 1인 2역을 선보인 장면은 현재 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17년이 걸렸다. MBC 2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2000년에 그는 스물 한 살이었다. 이후 오랜 무명 시절을 겪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진 배우로 인식된 건 최근 일이다. 그만큼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크다. 최근 서울 논현로 ICL 빌딩에서 만난 인교진은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하는 것도 “너무 즐겁다”고 털어놨다.

“제가 요즘 비슷한 캐릭터를 많이 해서 한번 다른 캐릭터도 해보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하지만 전 이런 역할을 연기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앞으로 보여줄 캐릭터도 많기 때문에 괜찮아요. 지금까지 방송 생활을 하면서 제 역할을 찾은 지 몇 년 안 됐어요. 물론 역할을 폭넓게 선택하시는 배우들도 있죠. 하지만 전 어릴 때부터 공채로 시작해서 선택받는 입장에만 있었어요. 요즘엔 제가 잘 살릴 수 있는 역할인지를 보고 선택하는 편이에요. 제가 역할이나 작품을 능동적으로 선택해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인교진이 ‘저글러스’에서 맡은 조상무 전무는 회사 상사의 나쁜 점들만 모아놓은 캐릭터다. 자신만 생각하는 기회주의자인데다, 여자 비서들을 비하하는 발언과 행동도 거침없이 한다. 하지만 인교진은 악랄한 조 전무의 역할에 귀엽고 코믹한 면을 불어넣었다. 그는 조 전무의 악행에도 이유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 작가님에게 조상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아버지가 대기업 상무의 운전기사였는데, 회사 체계를 잘 모르는 주변 분들이 ‘넌 꼭 상무가 돼라’고 해서 이름을 조상무라고 지었다고 해요.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도 상무가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아간 이야기가 있었죠. 언제 한번은 그 이야기가 나오겠지 했는데 마지막까지 안 나오더라고요. 배우들은 모든 장면을 잘할 수는 없지만 꼭 살려야 되는 장면을 생각하거든요. 대신 마지막회에 교도소 장면이 있어서 거기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조상무라는 사람의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서 신경을 많이 써서 연기했어요.”

인교진은 과거 연기를 포기할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한 번은 모든 걸 그만두고 새로운 인생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 적도 있다. 하지만 캐스팅 소식을 받고 곧바로 귀국 비행기를 탔다. 그는 연기에 대해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연기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은 수백만 번도 더 했어요. 어제 밤에 때려치운다고 했다가 술에서 깨면 아니지 하고 생각한 적도 정말 많아요. 제가 탤런트 공채로 스물 한 살 때 데뷔했어요. 대학교 다니던 중간에 합격해서 제일 어렸죠. 사회생활도 해본 적 없는데 입사했더니 너무 치열하더라고요. 그래도 꿋꿋이 했는데 한 번은 진짜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가족들에게도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서 오겠다’고 하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죠. 친구가 미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돈을 많이 받는다고 오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비디오 가게에서 일을 했어요. 청소해주는 일은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거긴 빈자리가 나야 들어갈 수 있어서 대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영화 ‘신기전’에 캐스팅됐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어디냐고 빨리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안 간다고도 못하고 바로 비행기를 탔죠.”

인교진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인터뷰 내내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을 끊임없이 드러냈다. 직접 구상한 백수 캐릭터도 있고, 진지한 악역과 사극도 많이 해봐서 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아직 전성기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이 뭐냐는 물음에 그는 망설이다가 결국 답을 하지 못했다. 대신 지금처럼 사랑받으며 연기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전 연기하는 사람이니까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막연한 얘기지만 저한텐 그게 최선의 말일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전 제 자신을 어필해서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시간을 수없이 많이 보냈거든요. 그만큼 저한테 행복한 일은 없어요. 가족들도 건강하고 작품을 무리 없이 잘해서 ‘저글러스’처럼 시청자 분들께 사랑받는 것. 그게 제일 큰 목표예요. 올해도 그렇고 내년에도 그럴 거예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조연상을 받는 겁니다. 사실 두 번이나 물먹었거든요. 하하. 하나라도 상을 받으면 지금까지 연기해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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