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재조사 끝에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피해에 비해 과징금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최근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부과한 과징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과징금 1억3400만원… 시민단체 “솜방망이 처벌”
지난 12일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인체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은폐하고 누락하는 등 허위로 표시·광고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34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11년 조사 당시 CMIT·MIT의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당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 등 4개 기업에 대한 제재만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공소시효가 그간 해당 제품 판매 이루어진 날로부터 5년 뒤인 2016년 8월 31일까지여서 재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환경부의 위해성 관련 자료를 받은 뒤 2013년 4월 2일 지방의 한 소매점에서 문제의 제품이 판매한 기록을 찾고 이를 근거로 공소시효를 오는 4월까지 연장해 재조사를 이어왔다.
시민단체 등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피해에 비해 너무 적다는 입장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5988명으로 사망자는 1308명에 달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6년 7월에 작성된 공정위 사무처장 심사보고서를 보면 이번 사건이 매우 중대함으로 애경산업에는 과징금 81억원, SK케미칼에는 250억원 한도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실제 과징금은 0.5%인 1억340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표시광고법과 법 시행령에서는 과징금 부과 시 표시·광고와 관련된 해당 상품의 매출액의 2% 범위에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2016년 심사보고서에서도 표시·광고 관련 상품의 매출액인 73억원을 기준으로 과징금 부과 의견을 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6년 당시 심사보고서상의 81억원, 250억원 등은 직전 3개 사업연도 전체 매출액의 평균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을 의미하는 것으로 초과해서는 안 되는 과징금 상한선 명시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 “프랜차이즈 불공정거래는 5억, 가습기 살균제는 1억”
명확하게 시시비비가 갈려진 가습기 살균제 건과는 달리 프랜차이즈 불공정거래건의 경우 공정위가 ‘피해자’로 본 가맹점주들이 피해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5억~6억원에 달하는 불공정거래 과징금에 비해 사상자를 낸 가습기살균제 과징금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환경부는 옥시레킷벤키저에 674억, SK케미칼 212억8100만원, SK이노베이션 128억5000만원, 애경 92억7200만원의 피해구제분담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피해구제분담금은 법적 책임여부와 관계 없이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기업이 납부하는 것으로 징벌적 의미를 가진 과징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맛의 동일성을 유지하는데 관련이 없는 세척·소독제, 반찬용기, 위생마스크, 필름 등 18개 품목을 본사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강제했다는 이유로 바르다김선생에 6억4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같은 달 쓰레기통과 냅킨, 주방기기 등 필수물품과 상관 없는 물건 40여종을 가맹점에 강매했다는 이유로 가마로강정 등을 운영하는 마세다린에 5억여원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바르다김선생 가맹점주들은 “이미 1년 전에 끝난 일이고, 현재는 가맹점주들과 본사 양자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원활하게 상호 협력하고 있는 중”이며 “뒤늦게 발표된 공정위의 결과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 운동이 번지며 매출하락으로도 이어질까봐 점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세다린 점주협의체 역시 불공정한 강매나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정태환 마세다린 대표와 점주협의체 대표 등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실과 다른 조사결과로 피해를 봐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접수한 상태며, 기각될 경우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1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살균제 과징금이 아직 논란이 남은 프랜차이즈 강매 과징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의아하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과징금이) 법률상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최대치라면 반대로 프랜차이즈 본사에 부과된 과징금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