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육현장 생지옥 만든 권력형 성비위

[기자수첩] 교육현장 생지옥 만든 권력형 성비위

기사승인 2018-03-07 07:49:05

“교수는 절대적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

“전임교수로서 소위 말하는 ‘세종대왕’이라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어갔다”

이제는 사퇴한, 두 전직 대학 교수를 향했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글 중 일부다. 피해자들은 대학 사회에 존재하는 교수-학생 간 ‘권력 관계’에 의해 성추행 및 성폭행까지 감내해야 했다며 쓰린 기억을 토로했다. 

가해 교수들은 자신이 저지른 성비위가 학내에서 불거지더라도 막강한 힘을 이용해 무마시키거나 컨트롤 할 수 있다는 판단을 갖고 범행을 이어갔을 것이라는 게 심리 전문가의 설명이다. 학생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한을 권력 삼아 스스로의 행동이 무방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 교수에 맞서는 행위는 그간 쌓아온, 또 앞으로 쌓아야 할 과거와 미래를 거는 것과 다름없었다. 지난해 6월, 체육학과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고려대 대학원생은 “지도교수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학업 포기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최근 미투 운동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그간 이 같은 성비위 실상이 알면서 방치됐고, 감싸고 넘겨졌다는 지적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위계 아래에서 조직이 원활하게 굴러가야 한다는 명분으로 인해 피해자의 목소리는 오히려 냉대를 받았다.

지켜주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2차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못 견딘 대학생들은 대학 울타리를 넘어 거리로 나섰다. 96개 대학생단체와 대학생 개인 1,087명 등이 연대한 ‘대학생 공동행동’은 6일 선언문에서 “성폭력을 낳고, 방조하고, 은폐하는 권력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학생 스스로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생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늦지 않았다. 대학과 사회는 학내 구조적 결함 등이 일상에서 일으키는 병폐를 막자는 개선 행동을 지지하고 지원해야 할 때다. 권위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회를 생활화해야 한다. 제 기능을 못하는 상담신고체계의 정비에서부터 성추행 등을 저지른 교원에 대한 엄중한 제도를 구성원 앞에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쓰린 허물을 벗겨 새살이 돋을 때까지 함께하는 책임이 실현됐을 때 궁극적 변화도 꾀할 수 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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