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밝히겠다’던 노선영은 ‘모두’ 밝히진 않았다.
지난달 19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왕따 논란’이 불거졌다. 노선영이 김보름과 박지우에 한참 뒤처진 채로 결승선에 골인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경기 직후 눈물을 흘리는 노선영을 내버려두는 동료들,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보름이 보인 태도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노선영이 이들에 조직적으로 따돌림을 당한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김보름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고 백철기 감독까지 “(노)선영이가 뒤에 빠져서 따라가겠다고 자청했다”고 사건에 대해 해명했지만 팀추월 대표팀을 향한 국민적 공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게다가 감기몸살을 이유로 기자회견 불참 의사를 드러냈던 노선영이 같은 날 SBS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백 감독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면서 흐름은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노선영의 따돌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여론은 김보름에 등을 돌렸다.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61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김보름은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노선영의 이후 행보가 의혹을 불러일으키면서 여론이 조금씩 흔들렸다. 왕따가 실재했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를 모두 회피하고, ‘올림픽이 끝나면 모두 밝히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서 조금씩 의구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8일 SBS 시사토크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한 선택도 악수로 돌아왔다.
노선영은 이날 방송에서 왕따 논란에 대한 알맹이 없이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방송에서 노선영은 “당시 상황이 다른 선수였어도 일어났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찝찝한 답변만 내놓았다.
이어 올림픽을 앞두고 언급했던 파벌과 메달권 선수에 대한 집중 관리 현상에 대한 얘기만 꺼냈을 뿐 정작 논란이 됐던 팀추월 대표팀의 사정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표팀 맏언니로서 무책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왕따가 있었다면 ‘따돌림이 있었다’고 말하면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해’였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노선영은 '왕따 논란'을 보류했다. 편집이 얼마든지 가능한 프로그램에서 듣고 싶은 질문만 골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반복했다. 진실을 원한 국민적 요구를 끝내 외면했다.
만약 백 감독이 밝힌 것처럼 노선영 스스로가 후미에 서기로 선택했다면 당시의 김보름은 거센 비판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노선영은 이에 대한 설명도 꺼내지 않았다. 백 감독은 "증거가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지만 노선영은 S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소극적 항변을 한 이후 더 이상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방송 이후 "메달권 선수에 더욱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것", "김보름이 마녀사냥을 당했다"며 노선영의 인터뷰에 반감을 드러냈다. 불필요한 장기전에 이제는 여론이 오히려 노선영에 등올 돌린 모양새가 됐다.
일각에선 왕따 논란으로 점철된 이번 사건이 전명규파와, 비전명규파의 알력 싸움이 빚어낸 촌극이라 지적한다. 실제 이날 방송에서도 익명의 빙상연맹 관계자가 전 부회장을 비판했다. 이러한 정황상 비전명규파에 선 노선영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단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실공방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한편 청와대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빙상연맹 진수조사에 돌입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