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가요금제’ 집중된 이통사 서비스 경쟁

[기자수첩] ‘고가요금제’ 집중된 이통사 서비스 경쟁

기사승인 2018-03-10 05:00:00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보편요금제가 이동통신사 반대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갔다. 시장 논리를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했던 이통사들은 가입자를 위한 새로운 혜택들을 내놓으며 시시각각 경쟁 중이다. 그러나 혜택의 대상이 고가요금제 고객으로 제한되고 있어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업계 3위 LG유플러스는 반등을 노리며 월정액 8만8000원에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기본 데이터 제공량 소진 시 적용됐던 ‘3Mbps’ 속도 제한이 사라진 것이다. 10만원대를 웃돌았던 경쟁사 무제한 요금제 대비 가격이 소폭 인하됐으나 여전히 고가요금제임은 분명하다.

그동안 이통사들의 서비스 및 혜택 제공은 고가요금제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저가 요금제 고객을 대상으로 한 혜택 변화는 1건도 없었다.

SK텔레콤과 KT는 최근까지도 고가 요금제 고객 유치에 열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대리점이 고가요금제 고객을 새로 유치할 경우 추가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KT는 지난 1일부터 기존 6.15%였던 관리수수료 요율을 차등화해 4.15~8.15%로 정했다. 관리수수료란 통신사가 새로 가입한 고객이 낸 통신비를 대리점에 일부 떼어주는 것을 뜻한다.

현재 통신사 가입자 10명 중 8명은 중고가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통3사 최저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은 약 300MB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통사들의 중고가 요금제 유치 노력과 가입자의 높은 데이터 사용량이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이용자들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1.8GB인 것을 감안한다면, 늘어나는 데이터 증가량을 감당하기에 저가 요금제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중고가 요금제 가입’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통사들은 통신비 인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서 “해외 주요국과의 요금제 차이가 심한 것은 동의하지만 시장 자율에 맡기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통사는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모두를 염두에 둬야 한다. 고려 대상에 저가요금제 고객이 빠진다면 결국 반쪽짜리 해결책에 불과할 뿐이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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