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모처럼 피해자 여성의 용기 있는 폭로가 사이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했다.
조 교수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투는 공인의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미국에서 미투운동은 위력과 위계에 의한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성폭행을 폭로하는 데에서 시작됐다"며 "상대의 권력이 너무 커 조용히 법적으로 해서는 이길 수 없기에 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실명공개로 한 남성의 추행을 연대 고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재판을 하게 된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법치국가에서 여론재판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에 한해 효력을 발휘한 것"이라며 "그러나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인 성추행(으로 느꼈던 행위), 그것도 당시 권력이 없는 사람의 미수행위, 여러 여성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이 한 번 경험한 것은 미투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런 행위는 '나도 당했다'는 뜻의 미투가 아닌 '미 온리'(Me only)라며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위계와 위력에 의한 상습적 성 범행만이 폭로에 의해 국민적 공감을 얻는 미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일부 언론은 미투와 사이비 미투를 구분할 능력도 갖추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지난 12일 오후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공인의 사생활을 보도하지 않는 것은 선정적인 보도가 정작 국민의 삶에 중요한 이슈를 덮어버리기 때문"이라며 "피해자 여성은 얼마든지 일회성 성추행이라도 폭로할 수 있지만, 증거나 논리도 미약한 일회성 성추행(으로 보이는 행동)에 대한 익명 폭로는 언론이 보도에 신중을 기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