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에 출마하는 이들의 책 출간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특이하고도 특별한 책이 나왔다.
경기도 고양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재준 경기도의원이 최근 펴낸 ‘화정터미널 6:30’(더페이퍼)은 책의 내용뿐 아니라 형태가 요즘 쏟아지고 있는 허다한 책들과 크게 차별화된다. 거기다 ‘모노다큐’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가는 글이 감동과 재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책은 한 기자가 이 의원의 뒤를 추적하면서 그 행적을 묘사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7년여간 경기도의회 의정활동을 하면서 발의한 100여개의 조례를 이야기 식으로 그렸다. 그 속에는 모든 사람들이 느꼈을 만한 뜨거움과 고통, 상생과 공존을 담았다.
책 제목 ‘화정터미널 6:30’은 저자인 이 의원이 도의회 소재지인 수원으로 출근하기 위해 첫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과 시간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의 전개와 100건 이상의 조례를 만드는 시발점을 제목으로 단 것이다.
“늘 걷는 새벽길은 새로운 날의 시작이다. 집에서 화정터미널까지 걸었다. 첫 차는 6시 반, 새벽 첫차를 타고 도의회가 있는 수원으로 출근한 지도 8년째이다. 도의원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는 조례를 만드는 것이다. 조례가 만들어낸 것은 우리가 꿈꾼 작은 세상이었다. 반대에 부딪칠 때마다 달라질 세상을 기대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꿨다.”
솔직히 요즘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 출마자들에 의해 쏟아지고 있는 책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름 내기를 위한 방편이다. 그러다 보니 책을 통해 감동이나 재미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화정터미널 6:30’은 그런 책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빠져들게 하는 재미도 있을뿐더러 잔잔한 감동이 가슴을 적셔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부당함에 맞서 환경, 교통, 역사, 노동인권 등 여러 분야에서 치열한 논쟁과 합의를 이뤄가는 이 의원의 일상을 저절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바꾼 100여 개의 조례는 소외받는 이웃, 불편을 겪는 친구, 그리고 우리 모두를 다시 웃게 하는 선물이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부록에 실린 많은 조례명을 훑어보면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이거나 자신의 이웃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기도 하다.
또한 그의 7년여 의정활동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순탄치 않은 길이었다는 것도 깨닫게 해준다. 그가 낸 조례로 다투는 본회의장이 TV 뉴스에 나온 적도 있었고, 경기도의회 역사상 가장 많은 수백 건의 의견서가 접수된 의안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책에서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은 이 의원의 예사롭지 않은 글 솜씨다. 뛰어난 문장 구성력과 어휘력에서 상당한 내공이 느껴진다. ‘모노다큐’라는 특이한 형식은 이미 여러 장르의 글을 구사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저자임을 알게 해준다.
어쨌든 ‘화정터미널 6:30’은 경기도의원에서 고양시장으로의 변신을 꿈꾸는 이 의원의 자질과 열정에 대한 믿음을 전해주기에 손색이 없다. 이는 그의 말에서도 충분히 짐작된다.
“이 책은 자랑하기 위한 것이거나 포부를 밝히는 웅장한 서사는 아니다. 하지만 시대와 올바름을 가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던 많은 정책들이 그 속에 녹아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