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리니지M’의 씁쓸한 1위…‘과금의 정상에 서다’

[게임 로그인] ‘리니지M’의 씁쓸한 1위…‘과금의 정상에 서다’

기사승인 2018-03-17 01:00:00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선두를 9개월째 지키고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과 같은 강적의 도전에도 요지부동이다.

이전까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엔씨는 지난해 6월 리니지M을 출시하고 단숨에 게임 매출 1위에 등극, 자리를 지키며 연간 매출에서 모바일 게임 비중을 1조원에 육박하는 57%까지 끌어올렸다. 모바일 게임 부진이라는 오명을 벗기 충분한 실적이다.

그러던 중 지난달 말 검은사막 모바일이라는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했다. PC온라인 원작을 이식한 고품질 그래픽과 액션, 게임성으로 단숨에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을 제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에 올랐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출시 전부터 리니지M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 타이틀이다. 리니지M과 같은 사전예약 500만을 기록한데다 PC온라인 원작의 흥행 등을 고려할 때 엔씨와 넷마블의 ‘리니지 형제’를 위협할 유력 후보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 집계에 따르면 검은사막 모바일의 출시 첫날 이용자 수는 119만명으로 리니지M의 첫날 기록 126만에 근접한다. 첫 14일간의 일평균 이용자 수(DAU)는 77만으로 리니지M의 73만을 넘어섰다. 신작 효과가 빠진 지금의 리니지M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리니지M의 1위 자리는 흔들림이 없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리니지M의 DAU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매출에서는 앞서는 강력한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리니지M의 이용자 1인당 평균 지출 액수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결제 없이도 게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없는 과금 체계로도 어지간한 흥행작들을 제치고 매출 2위에 오른 검은사막 모바일의 한계가 아니라 리니지M의 독보적인 수익 구조가 부각되는 것이다.

들여다보면 실제로 리니지M은 현존 국내 모바일 게임 중 가장 과금 결제 유도가 강한 게임 중 하나다. 게임 캐릭터 사망 시 잃어버린 경험치를 복구하기 위해 요구되는 재화부터 사실상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변신’ 확률형 아이템 등 돈을 지불해야 하는 요소가 다양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이용자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구조를 갖는다.

과금은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충성도와 애착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장기 흥행과 기업 실적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이다. 엔씨는 1997년 원작 ‘리니지’의 인기를 20년 후에도 이 같은 성과로 연결시킨 데 고무된 것인지 최근 ‘세대를 넘어 시대의 정상에 서다’라는 광고 문구로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적잖은 이용자들은 이 같은 엔씨의 과금 정책에 ‘과도한 상술’이라는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반대로 과금을 통한 재미 외에 콘텐츠 자체만으로 제공되는 재미에 더 비중을 둔 작품들에 ‘착한 게임’이라는 애칭이 붙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엔씨는 최근 PC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소울’과 ‘아이온’에도 각각 이 같은 부분유료화 정책을 적용했다. 기존 월정액 과금제를 ‘무료화’ 했다지만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매출과 인기가 떨어진 게임에 접근성과 수익성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리기 위한 처방이다. 이전까지는 월정액임에도 유료 아이템 비중을 늘려 ‘이중과금’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게다가 엔씨의 모바일 게임 성과가 아직 리니지M 의존적이라는 점도 한계다. 부동의 1위 리니지M 외에 거래소 시스템만 삭제한 12세 이용가의 리니지M 별도 버전이 매출 20위권에서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몇 개 안되는 다른 모바일 타이틀인 ‘파이널블레이드’, ‘프로야구 H2’,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이날 기준 97위, 105위, 107위에 각각 머물고 있다.

그나마 리니지M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개발력을 앞세워 성장한 국내 1세대 대형 게임사로서의 참신한 도전을 보여줬다기보다는 IP(지식재산권), 즉 원작 이용자들의 충성도에 의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작과 대동소이한 그래픽, 여타 모바일 게임과 큰 차이 없는 시스템 등 때문이다.

또 지난해 엔씨는 그 동안 개발 중이던 리니지의 정식 후속작 ‘리니지 이터널’을 폐기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블레이드&소울과 아이온, ‘리니지2’ IP 기반 모바일 게임 개발 소식도 함께 알렸지만 구체적인 윤곽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PC온라인 게임 ‘MXM’ 프로젝트 중단까지 있었던 만큼 내부적으로 상당한 차질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엔씨는 지난 15일 2011년부터 7년 동안 진행해 온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과제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성과보다는 게임 분야에 그치지 않는 기술 기업으로서의 도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탈게임’ 계획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엔씨 관계자는 “게임사로서의 본연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앞으로 엔씨가 선보일 게임들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길 바란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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