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수, ‘배임증재’ 총장 사퇴 촉구… 수업 거부·점거 농성
대학 측, 용역 투입해 점거농성장 진압 시도 후 휴업 고지
교육부, 실태조사 돌입… 총장 의혹 등 점검 계획
“정상적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 김영우 씨가 주인인 총신이 아닌 하나님이 주인이신 총신에서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 최고(最古)의 기독교 명문사학으로 꼽히는 총신대학교가 총장의 배임증재 및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촉발된 학내 분규로 인해 학사파행을 초래하고 있다. 농성 중인 학생들을 끌어내기 위해 용역직원까지 투입한 대학 측은 학내 비상사태를 고지하고 휴업카드까지 꺼낸 상황이다. 보다 못한 교육부는 실태조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20일 오후, 총신대학교 종합관 앞에서는 총장 사퇴를 외치는 학생들의 피켓 시위 등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김영우 총장의 비리행위에 대한 증거를 지키겠다며 지난 1월 29일부터 52일째 전산실이 있는 종합관 건물을 점거한 상태다.
총신대 학생들이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김 총장은 배임증재와 교비 횡령, 뇌물 공여 및 수수 등의 혐의를 안고 있다. 김 총장은 2016년 9월 개신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에게 부총회장 후보가 되게 해달라는 청탁을 넣고 2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했고,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점거 농성을 접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학 측은 17일 밤 교직원 및 용역업체 직원을 종합관에 투입시키는 강수를 뒀다. 이들은 학생들이 쌓아 놓은 책상과 집기류를 치우고 유리창을 깨뜨리며 내부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으로 10여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총신대 교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재단이사들이 1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복·사복 용역 등을 투입했다”며 “총장직과 재단이사직의 자진 사퇴가 없을 경우 모든 합법적 방법을 동원해 기필코 사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은 총장 명의로 학내 비상사태를 고지했다. 더불어 19일부터 5일간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총신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종합관을 점거하고, 전산실 인터넷 선을 훼손시켜 학사 행정이 마비됐다”며 “비상사태로 인한 휴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등교를 제한해 사태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며 반발했다.
학사 파행으로 치달은 학내 분규가 자체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 교육부는 21일부터 총신대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사태의 원인이 된 총장의 교비 횡령 및 금품 수수 의혹과 학사·인사·회계 운영현황 등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다.
총신대 상황은 국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총신대가 위치한 동작구를 지역구로 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18일 종합관을 찾아 학생들에게 학교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총신대 관선이사 파견을 요청했다. 손 의원은 “총장 측 인사로 구성된 재단이사회가 사학법의 빈틈을 악용해 대학을 사유화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한 것이 사태의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