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말 연결기준 이익잉여금이 5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신한금융의 경우 은행권 최초로 이익잉여금이 20조원을 넘어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농협금융의 지난해말 연결 기준 이익잉여금은 51조22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에서 주주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출한 것을 빼고 유보된 금액을 말한다.
회사별로 보면 신한금융은 지난해말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20조7906억원(연결 기준)의 이익잉여금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18조6400억원 대비 2조1505억원(11.53%) 증가한 수치다.
KB금융은 전년 보다 2조8155억원(23.02%) 늘어난 15조447억원, 하나금융은 1조6921억원(16.00%) 증가한 12조2676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달성했다.
농협금융의 경우 여타 금융지주 대비 다소 적은 3조1218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놓고 있다. 이는 농협금융의 출범이 여타 금융지주 대비 늦고, 매년 당기순이익에서 농업지원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4대 금융지주의 이익잉여금 증가는 주로 이들 금융회사의 순이익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 한 해 수익은 9조1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38.9% 급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4대 금융지주가 투자에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력 자회사인 은행의 대출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 창출에 집중할 뿐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정부의 자본규제에 따라 이익잉여금을 투자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익잉여금이 지난해 20조원을 돌파한 신한금융 역시 BIS비율과 이중레버리지 비율 등 자본 적정성 규제를 고려할 경우 실제 동원가능한 금액은 1조원 내외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익잉여금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을 줄일 경우 금융지주의 BIS비율이 급감할 수 있다. 금융지주의 BIS비율 감소는 고객에 대한 대출 축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바젤Ⅲ 규정에서는 금융회사의 보통주자본과 신종자본증권만 기본자본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통주자본은 금융회사의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자본잉여금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 역시 향후 발생할 금융위기 상황을 대비해 이익잉여금 유보 등 금융회사의 자본확충을 주문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배당을 두고 금융당국이 배당 축소를 주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사의 이익잉여금은 일반 기업의 잉여금과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쌓아 놓는다는 의미가 아니며, 이익잉여금 적립을 통해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대출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