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저임금인상 딜레마… 2인1각은 호흡이 중요하다

[기자수첩] 최저임금인상 딜레마… 2인1각은 호흡이 중요하다

기사승인 2018-03-30 05:00:00

두 사람이 각각 한쪽 다리를 묶고 뛰는 2인1각 경기는 속도보다 호흡이 중요하다. 한 쪽만 빨라서도 안 되고 보폭이 차이나서도 안 된다. 어릴적 운동회에서 ‘하나 둘’ 하며 박자를 맞췄던 것도 호흡을 위해서다.

올해 1월 1일부로 최저임금 시급액은 전년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이 됐다. 정부는 수요측면에서 소득증대와 내수활성화, 경제성장이 유려하게 이어지는 소득수도성장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또한 공급측면에 있어서도 장기적으로는 일자리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을 내렸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인상 100일을 앞둔 현 시점에서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3% 증가했으나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 비임금근로자 중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는 평균 2.99% 감소했다. 최약층 근로자들의 수가 최저임금 인상 전보다 줄어든 것이다.

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영세사업자들이 불어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고용 자체를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알바몬이 고용주 6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물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54.1%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채용을 줄였다고 대답했다.

특히 퇴직자와 자영업자들이 쉽게 접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개인사업장이 두드러졌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60%, 개인사업자의 55.1%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채용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인건비 부담 상승’이 전체의 76.6%(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으며 임금 인상으로 인해 같이 오른 기타수당·물가상승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발표한 일자리안정자금은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 지난 19일 기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사업장과 인원은 41만7000곳과 132명으로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소상공인업체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5% 정도로 나머지 136만곳의 사업장과 119만명의 근로자는 신청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다. 예산 전체의 증액보다 혜택을 받는 범위를 넓혀야한다는 지적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21세기, 자동화가 이루어진 시대라고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재료를 납품받고 제조·가공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서 인건비가 반영된다. ‘사람의 손을 거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의 보폭은 시장보다 넓고 빠르다. 앞쪽에서 당기며 속도를 내는 방법도 물론 유효하지만 이는 나머지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안정자금이라는 좋은 신발을 사줬는데 왜 그러냐고 질책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호흡을 맞추지 않고 무리하게 앞서다가는 결국 다리가 엉켜 넘어지게 된다.

최저임금은 이미 인상됐다. 2인1각의 띠는 양 발에 묶였고 출발신호가 올린 것이다. 이제 정부가 해야할 일은 왜 못 따라오냐며 채근하는 것이 아니라, 보폭과 호흡을 시장과 맞추는 일이다. 시장과 근로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할 때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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