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게임 공습, 더 거세졌다

중국산 게임 공습, 더 거세졌다

기사승인 2018-03-30 05:00:00

중국산 게임들의 국내 시장 공습이 한층 거세졌다.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화 된 중국의 공세에 업계가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적잖은 중국 게임들이 이름을 날렸다. 유명 연예인이 대거 출연하는 방송 광고로 대대적 공세를 편 ‘권력’부터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미소녀 게임’ 바람을 일으킨 ‘소녀전선’, 국내 대형 게임사를 통해 출시된 ‘음양사’ 등이다.

올해도 중국산 ‘대작’ 모바일 게임 공세는 이어지고 있다. 29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5위를 기록 중인 ‘삼국지M’, 출시와 함께 9위로 뛰어오른 ‘벽람항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펀컴퍼니의 삼국지M은 유명 작가를 등장시키는 광고로 지난해 권력에 이어 마케팅 위용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XD글로벌의 벽람항로는 소녀전선, ‘붕괴3rd’ 등에서 이어지는 미소녀 게임의 계보를 이으며 예견된 흥행가도에 올랐다.

또한 이들 게임은 MMORPG 중심의 국산 게임들과 차별화 되는 전략·캐주얼 게임성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삼국지M은 과거 일본 게임사 작품이 대표하던 ‘삼국지’ 소재 전략 게임의 향수를 자극하고 벽람항로는 소녀전선보다 한층 간결해진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중국 게임사가 직접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 넷이즈가 개발한 음양사는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서비스 됐고 텐센트의 ‘왕자영요’ 글로벌 버전은 넷마블이 ‘펜타스톰’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선보였지만, 이펀컴퍼니와 XD글로벌은 한국 지사 설립 여부만 다를 뿐 현지 퍼블리셔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

선전 중인 중국산 게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4일 출시돼 구글 매출 3위를 지키고 있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M’ 역시 국산 PC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가 원작이지만 해당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해 중국에서 개발되고 먼저 서비스 된 게임이다. 수익 역시 그라비티가 독점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최근 중국산 게임들은 순위권을 가리지 않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리’, ‘짐의강산’, ‘운명: 무신의 후예’ 등이 구글 매출 10~30위권에 올라있으며 인기 순위에서도 2위 벽람항로에 이어 ‘진시황:더킹덤’이 3위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매출 10~20위권 성적을 내는 게임들은 사업적 측면에서 ‘가성비 좋은’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무리한 마케팅을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적절한 타게팅을 통해 최고의 효율을 내는 마케팅 전략도 중국의 무서운 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블루홀 산하 펍지주식회사의 PC온라인 슈팅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까지 텐센트 손을 거쳐 태어났다. 공동 개발 형태를 취했지만 펍지는 텐센트의 ‘모바일 게임 개발 경험’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중국 게임의 공세가 약한 PC 시장에서도 텐센트 오로라스튜디오가 개발한 ‘천애명월도’가 지난 1월 넥슨을 통해 출시된 이후 PC방 점유율 8위(게임트릭스 기준)에 올랐다. 2000년대 국내 게임사들이 주도했던 PC MMORPG 장르 중 최고 순위다.

중국의 강세에 매출 기준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 역시 지난달 중국 기업의 자본력, 개발 역량, 속도 경쟁력 등을 언급하며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선전은 예견된 것이지만 반대로 한국 게임들의 중국 진출은 막혀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중국에서 현지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판호를 내준 한국 게임이 전혀 없어 사실상 수출길이 막혀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중국 게임이 국내에 들어와도 ‘얼마나 되겠나’ 했지만 속도에서 이미 졌고 질적인 면도 매출 순위에 나타나고 있다”며 “반면 중국 진출은 막혀있어 사실상 불공정 무역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모바일 쪽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점했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운영 부분마저도 (중국 기업이) 직접 커버하고 있다”며 “상·중·하위권 어디나 중국 게임들이 있고 이것이 쌓이면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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