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되면서 전 금융권이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김 내정자는 참여연대 출신으로 금융권에서 소위 ‘저승사자’로 불리던 인물이다. 앞서 19대 국회 당시 정부 정책은 물론 금융회사의 잘못된 영업행태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쏟아내 ‘밥 값 하는 국회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권은 김 전 의원의 금감원장 내정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재벌 개혁 등에 힘을 더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0일 김 전 의원을 차기 금감원장으로 청와대에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에 따라 금융위원회 의결과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금융권 가운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삼성생명·화재·증권, 한화생명·손보·투자증권 등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다. 김 내정자가 참여연대 시절부터 재벌개혁을 주장해 온 만큼 일각에서는 이번 금감원장 인사가 재벌개혁을 목표로 진행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벌써부터 김 전 의원의 금감원장 내정이 재벌개혁을 목표로 결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전 의원이 참여연대 시절부터 재벌 개혁을 주장해 온 만큼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그의 눈총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 금융회사들의 긴장도가 높다. 앞서 김 내정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합병비율 결정에 따라 지배주주가 이익을 본 반면 소액주주는 손해를 봤다”면서, 이를 찬성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등 삼성그룹의 문제점을 끈질기게 지적한 바 있다.
은행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려 서민의 등골을 빼먹고, 금융당국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금융회사의 영업 행태를 제한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따라서 은행권은 그가 금감원장에 취임하는 동시에 금감원의 금융회사 금리 산정 체계 및 담합, 불법영업행태 등에 대한 검사가 한 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금감원의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채용비리 감독·검사도 강화될 전망이다. 김 내정자는 김영란법의 민간 확대를 주도한 인물로, 참여연대 시절부터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강조해 왔다. 이에 KB금융과 하나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하나은행 채용비리, 제2금융권 채용비리 등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검사에 변화가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여타 은행 보다 긴장도가 더 높다. 김 내정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동일인 문제’를 제기하며 금융위의 은행업 인가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또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경계하며 은산분리 완화를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는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그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구조조정기업 부실관리 문제를 지적한 대표적인 인물인 만큼 국책은행들 역시 그의 등장에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차기 금감원장으로 가장 선임되지 않기를 바랐던 인물이 김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시민단체 출신이라 금융회사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청와대가 그를 금감원장으로 선택한 것은 그동안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선이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힘을 더 실어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