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병원에서 채혈을 하던 환자가 C형간염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 최초로 발생한 사태는 채혈 보조기 재사용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 감염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자극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지난 2016년 간 이식수술을 받은 58세 여성이 지난해 8월 홍콩 최대 공공병원인 퀸메리병원에 입원해 후속 치료를 받던 중 12월경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SCMP 보도를 인용해 사건개요를 소개하며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병원은 홍콩대 미생물학과 위안궈융(袁國勇) 교수 주도로 역학조사팀을 꾸려 환자의 감염경로를 조사해 지난달 30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환자는 채혈과정에서 채혈보조기에 일부 남아있던 남성 마약중독자의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통상적으로 채혈기의 주삿바늘만 일회용을 사용할 뿐, 채혈보조기는 재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위안 교수는 “두 사람의 성별이 다르므로 별도의 병실에 입원했고, 상호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없었다”면서 “두 사람을 이어줄 유일한 연결고리는 바로 재사용된 채혈 보조기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연합뉴스는 “전 세계에서 채혈 과정에서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환자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홍콩 병원국도 공공병원에 재사용 채혈 보조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일회용으로의 교체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홍콩 환자권익협회도 “일회용 채혈 보조기를 사용했다면 환자 사망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세계 의료계는 당장 재사용 채혈 보조기 사용을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촉구했다.
여론이 들끓자 퀸메리병원 측은 즉시 재사용 채혈 보조기를 일회용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나서는 한편, 사망 환자와 비슷한 시기에 입원해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 58명에 대한 추적 조사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