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 금융사 현직 임원들이 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서류전형 단계부터 ‘최종 합격’ 도장을 받고 입사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단은 2일 하나은행 2013년 채용에 대해 특별검사를 진행한 결과 최종합격자 229명 중 추천 등에 따른 특혜 합격자가 32명이라고 밝혔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16건, 남성 특혜 합격 2건, 특정대학 출신을 위한 순위 조작 14건 등이다.
이번 금감원의 하나은행 특별검사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2주간 실시됐다.
검사결과 김 회장과 함 행장은 채용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김 회장의 경우 2013년 당시 회장실 또는 회장으로부터 추천이 전달됐다는 당시 인사전략 팀장의 증언이 나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3년 채용 당시 추천자 “김○○(회)”로 기재되어 있는 지원자는 서류전형 및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크게 미달하고, 합숙면접에서 태도불량 등으로 0점 처리 됐음에도 최종 합격했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김○○은 당시 하나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으로, 김 전 팀장은 ‘(회)’를 회장실 또는 회장을 표기한 것으로 증언했다”며 “김 회장에게 이에 대해 소명을 요구했으나 김 회장은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함 행장의 경우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를 역임할 당시 특정 인물의 합격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추천내용에 ‘함00대표님(00시장비서실장)’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지만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검사 결과 함00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였으며 동 지원자는 00시의 시장 비서실장 000의 자녀로 나타났다. 다만 함 행장 역시 당시 그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해명했다.
당시 하나은행장 역시 특정 지원자들의 채용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결과 추천자가 ‘짱’으로 표시된 지원자(6명) 중 4명이 합격했다. 이중 3명은 서류전형(2명) 또는 면접단계(1명)에서 합격기준에 미달하였음에도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짱’은 2013년 당시 김종준 하나은행장을 지칭하며, 아들 친구 2명 및 00금융지주 임원의 부탁으로 00은행 직원 자녀 2명을 추천했다. 특히 김 전 행장은 이같이 특정 지원자를 추천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이번 채용비리 조사를 불러온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특혜 채용 정황도 드러났다. 추천내용에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기준(419점)에 미달(△1점)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조사 내용을 검찰에 모두 인계하고 수사를 요청했다. 금감원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하나은행 및 하나금융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부원장보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면 조치를 취하겠다. 검사단은 의혹에 대한 사실확인을 거쳐 검찰에 전달해 주는데 미션이 있다. 그 외 에는 은행 담당 라인을 통해 개선 조치 등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