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채용비리’ 갈등 재개, 금감원 “혐의 추정” VS 하나은행 “정황 증거 뿐”

금융권 ‘채용비리’ 갈등 재개, 금감원 “혐의 추정” VS 하나은행 “정황 증거 뿐”

기사승인 2018-04-03 05:00:00

금융감독원과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갈등이 재개되고 있다. 금감원은 2일 이례적으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하나은행 측은 김 회장과 함 행장이 특정 지원자를 추천한 바 없으며, 이는 모두 정황증거인 것으로 반박하고 있다.

금감원 하나은행 채용비리 특별검사단은 이날 하나은행 2013년 채용에 대해 특별검사를 진행한 결과 최종합격자 229명 중 추천 등에 따른 32명의 특혜 합격자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16건, 남성 특혜 합격 2건, 특정대학 출신을 위한 순위 조작 14건 등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서 추천자 또는 추천내용이 있는 지원자 105명 가운데 22명이 최종합격했다. 이들은 서류전형부터 추천내용 항목에 ‘최종합격’으로 표기되어 있었으며, 서류전형이나 실무 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크게 미달했는데도 최종합격 했다.

합격 사례를 보면 ‘김○○(회)’로 추천내용에 기재된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선에 미달하고 합숙면접에선 태도불량 등으로 0점을 맞았는데도 합격됐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김00은 당시 하나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으로, 김 전 팀장은 ‘(회)’를 회장실 또는 회장을 표기한 것으로 증언했다”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 되지만 특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추천내용에 ‘함00대표님(00시장 비서실장)’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지만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검사 결과 함00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인 함영주 행장으로 해당 지원자는 00시의 시장 비서실장 000의 자녀로 나타났다.

금감원 특별검사의 발단이 된 최흥식(전 금감원장)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 역시 서류전형 점수가 418점으로 합격기준 419점에 미달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이밖에 추천 내용에 국회정무실, 청와대 감사관 조카 등으로 표기된 지원자들도 최종 합격하는데 성공했다.

금감원의 이같은 검사결과 발표 이후 하나금융 측은 김 회장과 함 행장의 채용 추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감원의 발표 이후 회장과 행장이 지원자를 추천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봤지만 누군가를 추천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없었다”며 “김정태 회장은 검사 결과에 나온 추천자는 물론 그 부모도 모르는 인물이라며, 해당 지원자를 추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함 행장 추천 건 역시 해당 지역 시청 입점 지점의 지점장이 추천한 것으로, 지점장 보다 당시 충청사업본부 대표였던 함 행장의 추천이 효과가 확실해 함 행장의 이름으로 추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명 공개, 보복 조치 논란

금감원이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의 실명을 거론한 점에 대해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과 함 행장의 채용비리 연루 증거가 모두 단순 정황증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은행 측이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이 지원자를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이들의 인권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도 금감원의 행동이 성급했다는 지적을 불러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앞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에서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채용비리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이들에 대해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부에서 발표하는 자료는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비인식 처리되는 데 이번 금감원의 자료는 회장실 이나 회장, 충청사업본부 대표 등 김 회장과 함 행장을 구별할 수 있도록 채용비리 사례가 발표됐다”며 “이는 금감원과 하나은행의 불편한 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성일 부원장보는 이와 관련해 “검사결과의 채용비리 사례들은 검사 결과를 거의 모두 그대로 숨김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관 갈등 종착지는 검찰

하나은행 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관련된 채용비리 사건의 대한 진실규명은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

금감원에 따르면 채용비리 검사를 마친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확인된 정황증거 일체를 검찰에 제공했다. 금감원은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는 한편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성일 부원장보는 “검찰의 수사결과 금융감독과 관련해 위법사항이 나오면 조치를 취하겠다. 검사단은 사실확인을 거쳐 검찰에 전달해 주는 것이 미션이고, 향후 조치는 은행 담당 부서를 통해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공개한 자료만을 가지고 김 회장이나 함 행장을 채용비리 혐의로 징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용비리는 윗선의 지시나 개입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모 금융지주 회장 역시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기소되지 않은 것을 보면 수사의 어려움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 측도 검찰의 수사에 대비해 관련 혐의를 부인할 뿐 구체적인 해명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구체저인 해명에 나서기는 어렵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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