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주가 부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리 상승기 배당을 늘리는 것보다 주가 상승을 원하는 주주들이 늘어나서다. 이에 은행권 CEO들이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에 나섰으나 주가는 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다.
6일 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은행, 기업은행의 주가(종가기준)는 올해 1분기 평균 7.14% 하락했다. 하나금융이 10.12% 하락해 가장 높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뒤이어 우리은행(7.86%), 신한지주(7.49%), 기업은행(6.40%), KB금융(3.80%) 순이다.
은행권 CEO들은 주가 하락을 막기위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과 실적 향상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행위다. 주로 주가 하락시 주가 방어을 위해 활용된다.
먼저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달 30일 KB금융 주식 1000주를 주당 5만9900원에 장내 매입했다. 이번 매입으로 윤 회장의 자사주는 총 1만 6000주로 늘어났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지난달 27일과 30일 각각 자사주 2171주와 840주를 매입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손태승 행장의 자사주 매입에 사외이사들이 동참했다. 손 행장은 지난달 27일 우리은행 주식 5000주를 주당 1만5150원에 장내 매입했다. 여기에 신상훈, 노성태, 박상용 사외이사가 자사주 1만1000주를 매입했다.
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그동안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은행의 배당 수익률이 은행 이자를 넘어섰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어 은행 이자가 높아지기 시작하자 주주들의 니즈가 배당보다 주가 상승으로 옴겨가고 있다”며 “CEO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권 CEO들의 자사주 매입도 주가 하락을 막지는 못 했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은행, 기업은행의 주가는 5일기준 연초 대비 평균 11.22% 하락했다. 1분기 7.14% 보다 하락폭이 크게 증가했다.
CEO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KB금융(7.92%), 신한지주(10.31%), 우리은행(12.58%) 모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다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7.32%)을 제외할 경우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은 하나금융(17.32%)의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컸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규제 강화, 은행의 채용비리 충격에 CEO들의 주가 부양 의지가 희석된 것으로 보고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해 “1분기중 전체 은행주는 5.0% 떨어져, 코스피 대비 초과하락했다. 4월에도 급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규제 분위기가 지속되고 채용비리 이슈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