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이 걸렸던 경남 창원의 중형조선소인 STX조선해양의 지난 한 달은 그야말로 숨 가빴다.
지난달 8일 정부 발표 이후 통영의 중형조선소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반면, STX조선은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정부와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고강도 자구안’과 함께 ‘노사확약서’를 지난 9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최대 난제는 노사 합의가 담긴 노사확약서의 확보였다.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안에 대해 노조와 사측이 하나 된 의견을 모으라는 것이었다.
만약 이 시한 내에 고강도 자구안을 물론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의미다.
법정관리는 법원에 회사의 존폐 여부를 맡기는데,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되면 ‘회생’을 그렇지 않으면 ‘청산’ 결정이 내려진다.
조선업 불황 등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던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겨우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게다가 정부 발표 전 STX조선해양은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알려져 노사 모두 법정관리는 피하자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노사 교섭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특히 인적 구조조정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사측은 생산직 75%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노조에 촉구했다.
사측 안을 받아들이면 현재 680여 명의 생산직 중 500명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
반면 노조는 4번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절반 이상의 직원들이 나간 점, 수주 선박의 생산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점 등을 역설하며 반발했다.
사측은 지난달 30일까지 생산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아웃소싱(협력업체 전환) 신청을 받았고, 115명이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인적 구조조정을 철회하라”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당사를 기습 점거하고 당사 앞에서 노숙 투쟁을 벌였다.
사측은 “생존을 위해 회사가 계속기업으로 존속하려면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자구계획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담화문을 발표하며 노조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그런데 노사 교섭에서 진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남은 인력의 상당한 고통분담’ 부분에 대해 노사가 의견접근 중이었는데, 끝내 결렬됐다.
노조는 채권단이 애초부터 합의하기 힘든 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은 지난 8일까지 추가로 희망퇴직과 아웃소싱을 신청 받았지만, 예상 목표치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고강도 자구안과 함께 노사확약서를 제출해야 하는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애초 정해진 제출 시한은 지난 9일 오후 5시. 노사는 계속 협상을 이어갔지만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이날 오전 STX조선을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던 문성현 노사정위원장도 방문을 취소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다시 문 위원장이 오후에 회사를 방문해 노사 면담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전을 맞는 듯 했다.
또 제출 시한이 이날 자정으로 연기되면서 막판 타결 가능성도 점쳐졌다.
자정이 넘은 10일 새벽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시한을 넘긴 데다 최대 관건인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아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지는 불투명했다.
이날 오전 3시께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STX조선을 법정관리 신청하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반전을 맞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 달 동안 생사기로에 섰던 STX조선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면서 노동계 반발에 이어 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와 맞물려 정치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STX조선의 운명은 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된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