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96년 제15대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 때 자동차부품회사 다스(당시 대부기공)에서 마대자루로 돈을 받아와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전 대통령 국회의원 시절 6급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씨는 9일 세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1996년 제15대) 종로(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이 전 대통령 처남) 고(故) 김재정씨가 매일같이 대부기공에 돈다발을 실어 날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종로구 선거기획을 맡고 있던) 내 손에 의해 집행된 액수만도 대략 13억원 정도 됐다"며 "지구당 조직 쪽에서 나간 것은 아예 계산이 안 된 액수였는데 당시 돈으로 종로선거에서 약 60억원 정도는 족히 썼을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주변은 한몫 챙기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자갈밭에 물붓기식으로 돈이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수행비서) 이모씨를 통해 거의 매일 수억씩 현금을 대부기공에서 가져와 이 비용을 충당했다"며 "그냥 돈으로 유권자를 샀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종로 선거는 전형적인 금권선거, 즉 돈 선거였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여러 차례 고 김씨가 부동자세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장면을 봤다"며 "대부기공이 이 전 대통령 것이라는 건 참모들 사이에서 비밀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995년 제14대 전국구 국회의원 때 인연을 맺었고 제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종로구 선거기획업무를 전담했다가 당선 후 결별했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 비리를 처음으로 고발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이명박 리포트'라는 책을 발간, 이 전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하고 관련 재판에서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