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 발표
김상곤 “구체적 방안 대신 쟁점 모은 ‘열린 안’ 마련”
학생·학부모 “온갖 가능성 열어놓고 공론화 답답”
교육단체들 “원칙·방향 없어… 논의 원점으로 되돌려”
“여전히 안갯속인 걸요. 교육부가 쟁점 정리만 해서 공을 넘긴 것으로 보여요”
1년 유예됐던 교육부의 대입 개편 시안이 뜨거운 관심 속에서 공개됐다. 지난해 8월 절대평가 확대 방안을 추진하다가 여론에 가로막혔던 교육부는 이후 수개월간 정책 자문 등을 거쳐 수렴한 의견들을 근거로 시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첨예한 쟁점 사안들을 열거한 것에 그쳤다”, “교육부가 대입 개편에서 발을 뺐다”는 등의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을 넘겨받은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과정 등을 지켜보며 오는 8월 개편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막막함을 떨치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한다.
교육부는 11일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통해 여러 개편 방안을 담은 2022학년도 입시안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서 숙의 및 공론화해 오는 8월까지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안에 대해 “지난 7개월 간 정책자문위원회 연구와 전문가 자문, 대입정책포럼 등을 전개해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편안 확정 때까지 폭넓은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하다”며 “이에 구체적 개편 시안을 내놓는 대신 쟁점을 모아놓은 ‘열린 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열린 안’이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정책결정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결정을 요청한 주요 논의사항은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적정 비율 모색 △수시·정시 통합 여부 △수능 평가방법(전과목 절대평가, 상대평가, 원점수제) 개선 등 3가지로 요약된다. 교육부는 이송안에서 특히 학교 수업혁신을 뒷받침하고, 사회적 요구가 큰 단순·공정 입시를 실현할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을 드러냈다. 그러나 개편 시안과 이를 발표한 교육부의 행보를 곱씹은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막막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이모(48)씨는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교육부 방침을 기대했지만, 쟁점 사안만 잔뜩 쟁여놓은 꾸러미를 풀어본 듯한 기분”이라며 “고교 진학을 앞둔 딸의 공부 방법은 여전히 완벽하게 학원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김상곤 장관의 취임으로 당연히 수능에서 절대평가가 확대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수능 절대평가는 교육부의 기본 입장이 아니라는 장관의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중학교 교사 안씨(32)는 “갈수록 교육정책을 종잡을 수 없다는 학부모의 하소연이 많아진다”며 “이번 시안 발표 역시 화두만 남긴 채 공을 교육회의에 넘긴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최모군(15)은 “지금껏 선배들이 변하는 교육정책으로 인해 힘들어했던 것을 봐왔는데, 이제는 내가 그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학생들의 여건을 살피는 책임 있는 정책을 보여줬으면 하는데 정부가 온갖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인 두 아들이 겪는 입시 제도가 달라 교육제도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박모(52)씨는 “최근 대학들에 정시확대를 갑자기 요구해 논란이 인 것처럼 교육부의 설익은 추진에 대한 우려가 크다”거 강조했다. 박씨는 “학교 현장에서 적용되는 정책이 수시로 바뀌다보니 문제가 심각하다”며 “각계에 걸쳐 여론 수렴을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해왔다는데, 정책 실현의 한계가 여실히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단체들은 학생, 학부모 혼란을 초래한 교육부에 비판의 쏟아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이번 개편 시안은 정시·수시 전형 시기 등의 문제 등이 포함돼 더 복잡해졌다”며 “8월까지 최종안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우려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교육부가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렸다”면서 “대입제도 관련 쟁점들이 다 나왔고 논의도 된 상황에서 교육부는 정공법을 택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개편의 기본원칙이나 방향을 제시 못 했다”며 “개편을 유예하고 7개월이 지났지만 이후 벌어진 사회적 논란으로부터 진전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