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입 개편’ 5개 모형 예상판도 따져보니

교육부 ‘대입 개편’ 5개 모형 예상판도 따져보니

기사승인 2018-04-13 03:57:17

개편 시안 모형, 선발시기·수능평가법 따라 조합

모형1·4, “수능 변별력 약화”… 학생부에 무게

모형3, 탐구 선택과목 유불리 해소 한계

전문가들 대체로 “모형2가 현실적 대안”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평가 범위를 일부 과목에 적용할지, 전 과목으로 확대할지 결정하자며 ‘양자택일안’을 밀어붙였다. 개편 시안의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의 비판이 빗발쳤다. 결국 꺼내든 카드는 ‘1년 유예’. 교육현장은 광풍이 지난 뒤 허망함으로 뒤덮였다. 이후 교육부는 8개월간에 걸쳐 정책 자문 및 포럼 등을 전개하며 각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접수했다고 강조했다. 11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의 뚜껑이 열렸다. 그동안 수렴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부가 완료한 것은 대입 개편을 위한 원칙이나 방향 설정이 아니었다. 모형 조립이었다.

교육부가 제시한 개편 시안 모형은 ‘선발 시기’와 ‘수능 평가법’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특징을 달리 한다. 먼저 선발 시기는 수시와 정시모집 시기의 통합 여부로 구분한다. 수능 평가법은 3가지 안을 꾸렸는데 △1안은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것이며 △2안은 현행 절대·상대평가 병행상태를 유지하되 제2외국어/한문을 추가로 절대평가화 하자는 안이다. △3안은 영어·한국사는 절대등급을, 국어·수학·탐구는 원점수를 제공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말처럼 그야말로 ‘쟁점을 모아놓은 ‘열린 안’’이다. 매듭은 국가교육회의의 몫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안들로 이뤄진 5개 모형 모두 대입 단순화·공정성 지향, 고교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능 절대평가 확대 논쟁에 수시·정시 통합 문제까지 덮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워낙 논의할 사안이 많아 제대로 공론화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깊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형1(수시·정시 통합+수능 절대평가)은 현 입시체제의 전반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전 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뀐 수능은 변별력을 잃고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부 중심 전형을 확대하거나 논술 등 대학별고사를 활용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수능 중심 전형의 경우 상당수 대학이 수능 점수를 100% 반영할 것이며,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합격·불합격 판정이 등급보다는 원점수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위권으로 갈수록 동점자가 많아지는 만큼 학습 부담은 줄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더불어 대학 지원 시 과목별 등급만 확인할 수 있어 합격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등의 진단이 이어졌다. 수시·정시 통합으로 수능 중심 전형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각 대학은 3개월 사이에 전형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논술이나 학종 등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절대평가제로 가면 모든 등급 구간에서 동점자가 1만명 이상 발생할 텐데, 원점수가 공개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모형2(수시·정시 통합+수능 상대평가)가 도입되면 학생부와 수능 점수 모두 중요한 전형요소로 파급력을 갖는다. 따라서 변별력과 공정성이 뒷받침되고, ‘보험성 수시 지원’으로 경쟁률만 상승하는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또 수시 합격 시 정시 지원이 불가한 ‘수시 납치’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이만기 소장은 그러나 “전형 기회가 축소되고 대학별고사 일정이 중복될 확률이 높아 대입 선택권이 제약될 수 있다”면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과 함께 대학별 고사 등의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데, 이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국어와 수학, 탐구는 큰 영향력을 이어갈 것이고, 제2외국어가 절대평가 범주 안에 들면서 이른바 ‘로또 과목’으로 불리는 아랍어 쏠림 현상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형이 학생부 교과·종합, 수능 3가지로 단순화 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모형으로 평가했다.

모형3(수시·정시 통합+수능 원점수)은 국어, 수학, 탐구 영역에 한해 원점수를 제공하고, 기존 절대평가를 실시하던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등급을 제공하는 안이 들어있다. 이 경우 점수 활용에 있어 원점수가 제공되는 영역에서 만점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원점수제는 상대평가보다 변별력은 크지만 표준점수가 없어 탐구영역 선택과목 간 유불리를 해소할 수 없고 대학·학과별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탐구 선택과목에서 과목 간 난이도 차이로 어렵게 출제된 과목과 쉽게 출제된 과목 사이에서 유불리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임성호 대표는 “대학들은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내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원점수가 공개되기 때문에 차라리 정시인원을 늘릴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모형4(수시·정시 분리+수능 절대평가)는 수능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면서 원점수는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수능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란 견해가 많다. 대학들은 학생들을 뽑기 위해 불가피하게 수능 외 학생부나 서류, 면접, 논술 등의 대학별 고사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만기 소장은 “모형4에서는 사실상 현행 수시·정시 분리 형태가 유지되기 어렵다”며 “그간 수능만으로 지원할 수 있던 정시모집에 대학별 고사까지 준비하게 되면서 사교육 부담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말대로라면 재수생이나 검정고시 학생들에게는 불리한 모형이 될 수 있다.

모형5(수시·정시 분리+수능 상대평가)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입시안과 같다. 주목할 점으로는 ‘깜깜이’, ‘금수저’ 전형으로 논란을 빚은 학종의 개선안, 그리고 대학들의 정시 확대 및 수능최저 폐지 여부 등을 꼽을 수 있다. 임성호 대표는 “최근 정부가 내비친 기조를 봤을 때 수시 비중은 줄고, 정시 비중은 늘어날 것”이라며 “2022학년도에는 주요 상위권 대학들의 정시모집 비율이 4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을 향해 8월 최종안을 보고 향후 입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면서 현실적 대안으로는 대체로 모형2에 무게를 뒀다. 이유로는 “정부가 여론 반발을 의식해 점진적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 “개편 취지에 부합하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고교교육 정상화와 상대평가를 주장하는 양쪽을 설득할 수 있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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