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봄 이사철 전세대출 수요...금감원 비교공시는 ‘엉망’

늘어나는 봄 이사철 전세대출 수요...금감원 비교공시는 ‘엉망’

기사승인 2018-04-14 05:00:00

# 전세대출 금리 비교를 위해 A씨는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비교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에 방문했다. 2억원의 대출금액을 조건으로 전세대출을 검색한 결과 기업은행의 ‘IBK근로자 우대전세대출’의 전월 평균금리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침 기업은행과 거래관계이던 A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기업은행 영업점을 방문 했지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해당 상품의 대출 한도는 1억원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그는 ‘다시 알아보겠다’는 말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금감원의 금융상품 비교공시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봄 이사철을 맞아 전세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사이트를 방문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다. 그들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할 비교공시 사이트가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14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상품 한눈에’는 2016년 1월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상품 선택시 소요되는 소비자의 시간‧비용 등을 절감하기 위해 도입됐다. 2017년 10월 모바일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지난해 방문자 250만명, 금융상품 조회 1400만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금융상품 한눈에’는 자료의 질적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와 같이 대출 금액별 검색 기능은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 전세대출 금액을 2억원으로 검색할 경우 대출 한도가 1억원인 상품이 검색되는가 하면 전세대출 금액을 4억원으로 검색하면 2억원인 상품이 검색된다.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들이 은행에 헛걸음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또한 검색된 상품명도 실제 은행에서 취급하는 상품명과 상이한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의 비교공시에서 ‘주택신보위탁발행보증서담보대출’이라고 표기된 하나은행의 전세대출 상품은 하나은행 홈페이지에서 검색이 불가능하다. 하나은행에서는 이 상품을 ‘주택신보 전세자금대출’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시된 금리 기준도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전세대출의 경우 각 상품별 최저금리, 최고금리, 전월평균금리가 서로 다른 기준일에 따라 공시된다. 이로 인해 다수의 상품이 전월평균금리보다 최저금리가 높은 것으로 공시됐다. 카카오은행의 전월세보증금 대출의 전월평균금리는 2.99%인 반면 최저금리는 3.0%로 공시돼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전세론(주택보증)은 전월평균금리 보다 최저금리가 0.5%p 높다. 이는 다수의 사람이 최저금리에 못 미치는 특혜대출을 받고 있다는 해괴한 해석을 불러온다.

은행들은 이러한 문제가 금감원의 시스템 운영에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상품 비교공시 사이트는 금감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각 은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은행은 금감원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한 달에 한 번 서식에 맞게 작성·제출할 뿐이다. 비교공시의 오류는 금감원의 시스템 운영이나 자료처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책임을 은행연합회로 돌리고 있다. 금감원은 비교공시에 대한 총괄 감독만 할 뿐 세부적인 작업은 모두 은행연합회에 위탁했다는 해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교공시 사이트 운영과 은행이 보고한 자료에 대한 검증 책임은 모두 은행연합회에 있다. 금감원은 비교 공시에 대한 자료를 전혀 처리하지 않고 있다”며 “비교공시는 단순히 참고용 자료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비교공시 정보는 금감원의 이름으로 소비자들에게 제동되지만 책임은 금감원에 없다는 해명이다.

은행연합회는 다시 오류 공시의 책임이 은행에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과 금감원, 은행연합회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지금의 공시 구조가 이같은 문제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인력적 한계에 따라 각 금융협회에 비교공시를 위탁하고, 각 협회는 금융사가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공시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금감원이 비교공시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관리·감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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