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은희, 납치 후 북한에서 영화 찍다 탈출-망명까지… 파란만장 스토리

故 최은희, 납치 후 북한에서 영화 찍다 탈출-망명까지… 파란만장 스토리

기사승인 2018-04-17 11:27:04


원로배우 故 최은희가 지난 1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2세.

남편 신상옥 감독이 2006년 세상을 떠난 뒤 오랜 투병 생활을 이어온 故 최은희는 16일 오후 신장투석을 받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삶은 파란만장했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지난 1926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故 최은희는 1942년 연극 ‘청춘극장’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해 1947년 영화 ‘새로운 맹서’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故 최은희는 1953년 다큐멘터리 영화 ‘코리아’를 통해 호흡을 맞춘 故 신상옥 감독과 결혼했다. 이후 ‘꿈’ ‘젊은 그들’ ‘지옥화’ ‘춘희’ 등 1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김지미, 엄앵란과 함께 1950~60년대 트로이카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순탄한 삶은 오래가지 못했다. 1976년 故 신상옥 감독과 이혼한 고인은 1978년 홍콩에 방문했다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됐다. 故 신상옥 감독도 故 최은희를 찾다가 납치돼 고초를 당하다가 5년 만에 김정일의 연회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부부는 북한에서 8년간 머무르며 영화 ‘탈출기’ ‘소금’ ‘돌아오지 않는 밀사’ 등 17편의 영화를 찍었다. 고인은 북한에서 찍은 영화 ‘소금’으로 1985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부부는 결국 북한을 탈출했다. 1986년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하던 중 북한공작원들을 따돌리고 미국 대사관을 통해 망명에 성공했다. 이후 10년 넘게 망명 생활을 이어오다 1999년 고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 돌아온 고인은 2001년 극단 ‘신협’의 대표로 취임해 2002년 뮤지컬 ‘크레이즈 포 유’를 기획·제작하며 예술에 대한 뜻을 펼쳤다. 2007년 자신의 영화 인생을 담은 자서전 ‘최은희의 고백’을 펴내기도 했다.

2006년 4월 남편인 故 신상옥 감독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후 故 최은희는 허리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 고인은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투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신정균·상균·명희·승리씨 등 2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9일 오전, 장지는 경기도 안성 천주교공원묘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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