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의 사퇴로 금융 개혁에 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권 채용비리부터 삼성증권 사태까지 현장에서 검사와 감독에 집중해야할 금감원의 수장 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17일 개인 SNS를 통해 “선관위의 결정 직후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고 임명권자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최단 기간에 두 명의 원장이 낙마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특히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김 금감원장이 모두 비리 문제로 물러나는 만큼 금감원은 도덕성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최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 아들 인사 추천 의혹이 제기돼 사퇴했다. 이어 김 원장은 자신과 관련된 단체에 5000만원을 ‘셀프 후원’했다는 의혹이 위법으로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초유의 금감원장 연속 ‘낙마’사태를 수습할 차기 금감원장 역시 임명이 지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청와대는 금융개혁을 위해 민간 출신 금감원장을 선호하고 있지만 앞서 민간 출신 금감원장 두명이 연이어 낙마해 인사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인 가운데 남북정상회담(4월 27일)과 지방선거(6월 13일) 등 국가적 굵직한 사안으로 금감원장 인사검증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금감원이 당장 처리해야할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 삼성증권 배당 사고, 한국GM을 비롯한 기업구조조정 등의 현안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감원 내부 개혁과 금융당국의 감독 체계 개편 등 장기 과제 역시 지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기 금감원장에 대한 검증은 보다 강화될 수 밖에 없고, 차기 금감원장이 임명돼도 업무파악과 금감원 조직을 추스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차기 금감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중요 현안 해결을 위한 결정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 대행체제를 통해 금감원장 공백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유 수석부원장은 이날 임원들과 티타임을 가지고 임원들이 각종 현안을 직접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기식 원장의 사퇴로 금감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 대행체제로 전환된다”며 “각종 현안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원장은 이날 사임 소식을 밝히며 “저는 비록 부족하여 사임하지만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며 의도하셨던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