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A교수, 졸업논문 심사위원장 권한 강조하며 거듭 성추행
성평등센터 신고 땐 “죽음으로 갚을게”·“사랑한다” 등 문자 보내
부산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생이 졸업 논문 준비과정에서 심사를 맡은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수료생은 학교 인권센터에 신고한 피해내용이 가해교수 귀에 들어가 2차 피해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17일 부산대 박사 수료생 A씨는 부산 성폭력상담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2년 전 부산대 B교수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증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5년 11월 12일 저녁 A씨의 지도교수와 B교수 등과 함께 한 횟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B교수는 A씨가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준비 중이던 논문과 관련해 심사위원장으로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식사 후 이동한 노래방에서는 A씨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다. A씨가 강하게 거부했지만, B씨는 현장에서 3차례 이상 A씨의 몸을 더듬으며 강제추행을 이어갔다. 화장실로 자리를 피하는 A씨를 쫓아가 또다시 입맞춤을 시도하기도 했다.
A씨는 사건 발생 며칠 후 학교 성평등센터에 B교수의 성추행 내용을 고발하고 조사를 요구했지만, 주변 교수나 대학원 동료들의 만류로 징계위원회 소집 전 신고를 거뒀다. 당시 고발 사실을 접한 B교수는 A씨에게 “내가 죽음으로 갚을게”, “사랑한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철회 이후 2년간 고통에 시달렸다는 A씨는 최근 미투 운동 확산에 힘입어 지난달 27일 학교 인권센터를 찾았고, 피해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조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B교수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았다”면서 “인권센터 측에 의하면 조사위원 중 한 명이 B교수에게 피해신고 내용을 미리 알린 것 같다”고 2차 피해를 호소했다.
신고 사실이 알려진 뒤 B교수는 학교 측이 진상 조사에 나서기도 전에 인문학연구소장 자리를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인문학연구소 관계자는 “교수가 소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과 성추행 사실은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