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19 장애인 고용대책을 두고 금융권의 저조한 장애인 채용 문제가 개선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은 서비스업의 특성상 장애인 채용을 기피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이에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고 해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로 채용 의무를 대신하는 관행이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장애인 채용 기피하는 금융권
21일 고용노동부의 ‘장애인고용 저조기관 및 기업 명단’에 따르면 2016년말 현재 금융권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못한 300명 이상 기업은 총 25곳에 달한다. 의무고용률은 장애인 고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가 및 지자체의 경우 전체 인원의 3.2%, 민간 기업의 경우 2.9%를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못한 25곳의 금융사 가운데 코리안리재보험의 경우 장애인 직원이 전무했다. 또 우리은행(0.94%→0.93%), HK저축은행(0.93%→0.61%), OK저축은행(0.72%→0.55%) 의 경우 직전 평가보다 장애인 고용률이 악화됐다.
특히 금융공공기관인 한국거래소(0.89%→0.88%)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투자증권(0.67%→0.17%)의 장애인 고용률 역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우리은행과 우리카드(1.11%), 하나은행(0.75%)과 하나금융투자(0.44%) 등 장애인 채용에 인색한 기업들은 자회사나 계열사도 장애인 채용에 인색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에 2016년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 상위 10개사를 보면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3대 은행이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29억5000만원, 하나은행 28억7000만원, 우리은행 27억2000만원 등 3개 은행이 납부한 고용부담금만 85억원을 넘어선다.
금융사들은 서비스업의 특성상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해명하고 있다. 고객과 얼굴을 맞대고 금융상품을 소개·판매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에 따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렵다는 해명이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임금이 높은 만큼 채용보다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도 취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고객과 면담을 통해 영업을 해야 하는 데 장애인에 대한 고객의 거부 반응이 높아 채용이 쉽지 않다”며 “장애인에게 수천만원의 연봉을 주고 고용하는 것보다 수백만원의 부담금을 내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판단도 있다”고 말했다.
◇부담금 인상에도 장애인 채용 '싫어요'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월 19일 ‘제5차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장애인 고용을 거부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에는 부담금 기초액(최저임금 60%) 자체를 차등 적용하는 '기업규모별 부담금 차등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의무고용 이행비율이 낮은 기업이 부담금을 더 많이 내도록 미이행 수준별 부담금 가산율을 최대 50%까지 올리고, 기업으로부터 구체적인 장애인 고용 개선 계획을 제출 받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발표 이후 금융권에서는 장애인 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 들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부담금 감면 정책으로 장애인 직접 고용을 회피할 방안이 확대됐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는 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장에 도급을 하면 장애인 고용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해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연계 고용 제도’를 확대, 현재 50% 수준인 부담금 감면 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장애인이 수행할 적당한 업무가 많이 없다. 부담금이 인상돼도 장애인 1명을 정규 채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장애인을 채용하기 보다 장애인을 채용한 기업의 물품을 구입하거나 일을 맡겨 부담금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밝혔다.
보험사 관계자도 “결국 회사가 장애인을 고용하면 장애인이 1명의 몫을 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며 “연계고용제도가 확대되면 효율성 차원에서 장애인 고용은 유지하면서 장애인 채용 기업의 생산 물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지원 방안이 수립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의 정책으로 장애인의 일자리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장애인 고용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어떤 일자리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대기업에 한두명 근무하는 것보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장애인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담금 차등적용제 도입시 대기업에 부과될 부담금 수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대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부담금이 되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