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상 안 해주면 ‘리피오돌’ 철수”…게르베코리아, 환자 협박에 비난

“약가인상 안 해주면 ‘리피오돌’ 철수”…게르베코리아, 환자 협박에 비난

기사승인 2018-04-24 15:40:03
‘경동맥화학색전술’에 쓰이는 조영제인 ‘리피오돌’의 약가인상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입사인 게르베코리아가 약가를 인상해 주지 않으면 국내 시장에 의약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며 철수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져 환자들을 볼모로 약가인상에 나섰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단체)는 23일 최근 프랑스 제약사 게르베는 간암 치료법 ‘경동맥화학색전술’에 쓰이는 조영제인 ‘리피오돌’ 약가를 500% 인상해주지 않으면 한국에 더 이상 이 약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힌데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리피오돌은 간암 경동맥화학색전술 시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하는 물질로 독점권으로 보호받고 있어 대체의약품이 없는 상황인데 현재 국내 간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리피오돌을 사용하고 있어 만약 공급이 중단된다면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게르베코리아 측이 2015년 이후 수입 원가 상승이 반영되지 않아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는 어떻게든 공급 중단은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특허의약품에 대한 ‘독점권’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제약사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말고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품 특허권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수호되어야 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됐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특허권은 어느 수준에서 제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국내에서 사라졌다며, 단지 특허권을 존중할 수 있는 정도의 ‘약가’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에 대한 줄다리기만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리피오돌은 바로 이런  상황을 반증하는 하나의 실례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리피오돌은 64년 전인 1954년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Savage Laboratories가 애초 자궁난관, 림프 조영제로 제조·판매하던 약을 프랑스 게르베가 2010년 판권을 취득해 간암 조영제 허가 내용을 추가했느데 이 과정에서 게르베는 미국에서 희귀의약품(Orphan Drug) 지정을 받아 세금감면, 7년 독점권을 추가해 2021년까지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리피오돌의 독점권 획득은 게르베에 막대한 이윤을 보장해주었는데 국내에 리피오돌이 최초 도입된 1998년 리피오돌 앰플 당 가격은 8470원이었으나 2012년 5만2560원으로 6배 넘게 가격이 인상됐고 이제 다시 6년 만에 애초 가격보다 37배 넘는 가격 26만2800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나이가 환갑이 넘은 약이 어느 사이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고 이를 무기로 제약사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공급 중단 운운하며 한국 환자들을 협박하는 것을 당장 멈출 것을 게르베에 요구한다. 정부는 병행수입 등 리피오돌의 안정적 공급 방안, 리피오돌을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 확보 방안 등을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며 “아무런 대안 없는 약가 인상 줄다리기에서 정부는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으며,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특허권은 더 이상 권리로서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확히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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