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금융권에 앰부시 마케팅 논란이 일고 있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나 단체들이 대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편법적인 마케팅 활동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대회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앰부시 마케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9일 ‘오! 필승코리아 적금 2018’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성적에 따라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하나은행은 이 상품을 홍보하면서 러시아 월드컵을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로 표기했다. 하나은행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 이지만 피파(FIFA)의 비후원사인 만큼 월드컵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NH농협카드는 지난 13일까지 해외 이용 회원을 대상으로 러시아 여행권을 증정하는 ‘FIFA 러시아 월드컵 이벤트’를 진행했다. FIFA의 비후원사인 농협카드는 월드컵 명칭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공식 후원사와 손잡는 방법을 선택했다. 공식 후원사인 비자(VISA)와 이벤트를 함께 개최하는 방식이다.
공식 후원사와 공동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같은 방식은 NH농협카드뿐만 아니라 씨유(CU)와 롯데면세점 등 다른 업권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는 FIFA에 문의한 결과 공식 후원사와 함께 이벤트를 진행할 경우 월드컵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고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카드를 제외하고는 러시아 월드컵을 활용한 금융권 마케팅은 아직까지 잠잠한 편이다. 앞서 KB증권이 지난해말 통합 1주년을 맞아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러시아 월드컵 직관 찬스!’ 이벤트를 두고 앰부시 마케팅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KB증권 관계자는 “KB증권의 이벤트는 상업적 목적 없이 진행된 것으로 법무법인을 통해 앰부시 마케팅이 아니라는 자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FIFA는 이와 관련해 국내 축구협회에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 월드컵 관련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들을 단속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러시아 월드컵이 국내에서 개최되는 행사가 아니라고 해도 아무 근거 없이 앰부시 마케팅에 나설 경우 후원사나 관련 업체의 항의가 나올 수 있다”며 “같은 업종의 기업이 앰부시 마케팅의 가장 무서운 감시자”라고 설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