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국갤럽, 가짜 여론조사기관”…전쟁 선포
-한국갤럽 “미국갤럽과 한국갤럽 별개, 한국당도 이미 파악한 것으로 알아”
-“새누리당은 가짜 기관에 여론조사 의뢰했었나”
홍준표 자유한국당(한국당) 대표가 연일 ‘한국갤럽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갤럽에서 유독 한국당에 대해 낮은 지지율을 발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홍 대표는 한국갤럽이 미국갤럽 상표를 도용한 ‘가짜 여론조사 기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갤럽은 ‘갤럽’ 상표권을 두고 이미 2000년대 미국갤럽에 승소했다. 한국당이 잘못된 사실로 여론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 대표는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적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 미국 본사에 문의한 결과 한국갤럽이 자신들의 상표를 강탈해갔다고 표현하더라”라며 “한국갤럽은 마치 한국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기관 행세를 하고 있다. 상표를 도용한 여론조사 기관이 어떻게 신뢰성이 있겠나”라고 비난했다. 홍 대표는 그 근거로 한국당 측이 미국갤럽 본사와 주고받은 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한국갤럽이 상표를 도용했다”는 미국갤럽 측 주장이 담겼다.
한국당의 한국갤럽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작은 홍 대표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때 한국갤럽은 한국당 후보 지지율을 11%로 발표했었는데 투표 결과는 24.1%였다”며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를 하면 선진국에서는 바로 문을 닫는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5일 한국당은 ‘한국갤럽 불신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측은 ▲여론조사시 가나다 순 정당명 나열 ▲과거 예측 실패 ▲과거 원칙 없고 편파적인 정치현안설문 의심사례 ▲미국 갤럽 예측 실폐 사례를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박성중 한국당 홍보본부장은 같은 날 “한국갤럽의 선거예측 실패, 설문 오류, 편파적 조사 설계 등 문제점을 미국 갤럽본사에 소상히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항의공문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 2012년 미국 대선 때 미국갤럽의 정확도가 23개 여론조사 기관 중 꼴찌를 기록했다”며 미국 본사 갤럽의 신뢰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미국갤럽 상표를 도용했다는 홍 대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갤럽은 각국의 ‘갤럽’ 이름을 쓰는 여론조사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이미 한차례 제기했다. 지난 2000년대 미국갤럽이 한국갤럽에 제기한 지적재산권 소송에서 한국갤럽은 최종승소했다. 현재 한국갤럽을 포함, 아이슬란드갤럽, 파키스탄갤럽 3개 여론조사 기관이 ‘갤럽’ 이름을 쓰고 있다. 또 한국갤럽 공식 홈페이지에는 ‘세계 최대 조사네트워크인 갤럽 인터내셔널에 가입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한국당이 미국 갤럽 본사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갤럽은 미국갤럽과 별개 기관이다. 한국갤럽은 각국의 공신력 있는 독립 여론조사기관이 가입하는 국제조사기구협회 ‘갤럽 인터내셔널 어소시에이션’(GIA) 소속이다. 한국갤럽은 GIA에 지난 1979년 가입했다. GIA에 함께 소속돼 있던 미국갤럽은 지난 1993년 탈퇴했다. 독자 사업을 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갤럽이 속한 GIA 본사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다. 미국갤럽의 본사는 미국 워싱턴 DC에 있다. 엉뚱한 곳에 항의서한을 보낸 셈이다.
한국갤럽도 미국갤럽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6일 자사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 갤럽은 한국갤럽과 무관한 회사”라며 “한국갤럽은 1974년 고(故) 박무익 회장이 설립한 독립 조사회사이며 지난 1979년 GIA에 가입했고 정식으로 한국 내 ‘갤럽’ 명칭 독점 사용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공식 홈페이지에도 ‘세계 최대 조사네트워크인 갤럽 인터내셔널에 가입했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갤럽 측 관계자는 “한국당의 정치적 공세라고 생각해 공식적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미국갤럽과 한국갤럽은 별개의 회사이고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한국당 측도 이미 파악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은 예전에 한국갤럽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기도 하는 등 저희의 클라이언트”라면서 “지금 홍 대표가 주장하는 것처럼 가짜 기관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