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이사장과 허울뿐인 총장… 인하대 위기의 숨겨진 본질”

“제왕적 이사장과 허울뿐인 총장… 인하대 위기의 숨겨진 본질”

기사승인 2018-04-26 09:47:11

교수회 “대학 리더십 추락 책임, 이사장에게 있어”

총장 후보추천위 개편 제안… “수용 안되면 보이콧”

인하대학교 교수들이 대학 재단(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총장의 민주적 선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하대 교수회는 25일 ‘차기 총장 선출에 즈음한 우리의 입장’ 성명을 통해 “인하대의 리더십은 지난 10년 동안 형편없이 추락했다”며 “이런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사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2008년 홍승용 총장, 2011년 이본수 총장, 2014년 박춘배 총장, 2017년 최순자 총장이 연이어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하는 불명예를 겪었다”며 “총장으로서의 부족한 자질이나 직무수행 능력 때문이었다면 그런 인사를 선택한 이사장의 책임이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 역시 그들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주지 않은 이사장의 책임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대학은 명령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장막 속의 제왕적 이사장과 권한은 없이 책임만 지는 허울뿐인 총장이 이끌어 가는 기형적 리더십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지난 10년의 리더십의 파행의 원인이며 현재 우리 대학 위기의 숨겨진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교수회는 “해임된 최순자 전 총장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청원이 기각됨에 따라 차기 총장 선출 문제가 우리 대학의 가장 중요한 당면문제로 다가왔다”며 “총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민주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수회는 특히 “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은 결과적으로 법인 측이 원하는 후보가 총장이 될 수밖에 없는 현재 선출방식의 보완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차기 총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기 이전에 최소한 동창회장을 제외한 외부인사 1인은 법인 측의 임의 위촉이 아닌 법인 측 위원과 교수 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위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하대의 기존 총장 후보추천위는 조 이사장이 임명하는 위원장을 비롯한 재단 이사 5명, 교수 4명, 총동창회 대표 1명, 지역 인사 1명으로 채워져 있다. 외견상으론 재단과 학교 구성원이 같은 비율로 보이지만, 지역 인사의 경우 관례상 한진그룹 계열 대한한공의 추천을 받고 있어 사실상 재단이 총장을 임명한다는 지적이 있다. 교수회는 제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민주적으로 총장을 선출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추천위에서 빠지겠다는 경고를 전했다.

교수회는 더불어 “제안이 받아들여져 후보추천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현재까지와 같은 후보추천위만의 비공개 선출과정에 모든 것을 맡길 것이 아니라, 공모에 지원한 총장 후보들의 학교 현안이나 향후 비전에 관한 입장을 학교 구성원들이 충분히 청취하고 후보자들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개적 절차를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차기 총장에게 책임경영의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인 교수회는 “법인의 평이사들까지도 총장이나 보직 교수들에 대해 마치 하청기업의 말단 직원 대하듯 간섭하고 지시하며 능멸하는 행태가 만연했다”며 “지난달 14일 조 이사장은 한진그룹 주요 경영진과 함께한 자리에서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역설했다고 하는데, 그 말에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그러한 변화는 바로 대학에서부터 시작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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