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들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가 자회사들의 경영상황을 무시한 채 부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의 고유목적사업인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금융·경제지주 자회사가 중앙회에 매 분기 초에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과거 명칭사용료로 불렸으나 지난해부터 농업지원사업비로 불리고 있다.
27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농협금융이 1분기 중앙회에 납부한 농업지원사업비는 총 96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907억원) 대비 58억원(6.39%) 증가한 금액이다.
자회사별로 보면 농협은행이 729억원으로 가장 많은 사업비를 납부했다. 뒤이어 농협생명 157억원, 농협손해 21억원, NH투자증권 55억원, 기타 3억원 순이다.
당기순익 대비 분담금 납부 비율을 보면 농협생명이 순익의 67.38%를 분담금으로 납부했고, 농협손해(24.13%), 농협은행(22.95%), NH투자증권(4.29%) 순으로 비율이 낮았다.
이에 따라 농협생명은 올해 1분기 233억원의 순익을 기록하고 157억원의 분담금을 낸 반면 NH투자증권은 1281억원의 순익을 기록하고 55억원의 분담금만 납부했다.
농업지원사업비가 순익과 무관하게 부과되는 것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사업비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농업지원사업비는 자회사의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10조원이 초과되면 1.5~2.5%, 3~10조원은 0.3~1.5%, 3조원 이하는 0.3%가 부과된다. 매출액이 증권사보다 과다 계상되는 생보사에 불리한 구조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매출액이 아닌 순익을 기준으로 농업지원사업비를 부과할 경우 사업비의 변동 폭이 확대된다”며 “안정적인 농민 지원을 위해 순익보다 변동이 적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사업비를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일부 자회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농업지원사업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생명의 올해 1분기 순익은 23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8억원(27.4%) 감소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0.06%p, 0.93%p 하락했다. 여기에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RBC비율 역시 지난해 4분기 0.4%p 떨어졌다. 그러는 사이 농협생명의 농업지원사업비는 지난해 1분기 132억원에서 올해 157억원으로 25억원(18.93%) 증가했다.
금감원은 이에 지난해 7월 농협생명에 농업지원사업비 수준이 과도하다는 경영유의 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농협은 농업지원사업비가 줄어들 경우 농민지원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농협생명의 농업지원사업비 조정을 거부했다. 다만 농협생명은 배당금을 줄이는 방법으로 경영상황 악화에 대응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 중앙회와 농업지원사업비 조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지난달 금감원에 경영유의 사항 개선안을 제출했다. 개선안에 대한 답변은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 금감원도 지원비가 줄어들면 농민들 복지 사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매년 하반기 지원비 부과율을 정하는 회의를 하는데 올해 이 문제를 두고 중앙회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농협의 농업지원사업비가 자회사의 경영상황에 맞게 부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 자회사 한 관계자는 “현재의 농업지원사업비 산정 체계는 일부 자회사에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라며 “자회사의 경영 상황에 맞게 농업지원사업비가 부과될 수 있도록 산정 체계에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