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 특위 첫 회의 앞두고 단체 간 장외 공방
청와대·국가교육회의 홈페이지에도 상반된 의견 봇물
“단체단식·노숙투쟁 불사”… 공방 속 갈등 우려 제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권고안 마련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본격화한 가운데, 교육계 안팎의 여론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힌 데다, 권고안 발표 예정 시점인 8월초까지 불과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적극적 의사표현이 개편안에 녹아들 수 있다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의 26일 첫 회의를 앞둔 전날 오후 2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은 상반된 주장을 벌인 두 단체의 피켓으로 물들었다. 단체들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의 방향을 놓고 진지하고 강한 어조로 발언을 쏟아냈다.
학부모를 주축으로 지난해부터 정시 확대를 피력해 온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신이 안 좋은 재학생과 재수생, 만학도 등은 낮은 정시 비율로 인해 희망대학 진학이 어렵다”며 “대입 정시가 50% 이상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정시를 축소하자는 쪽에서는 수능이 평가 도구로 부족하다고 하는데, 수능 문제 또한 종합적 사고력과 응용력을 필요로 한다”며 “내신이야말로 암기식 학습으로 점철돼 있음에도 내신이 포함된 수시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확인됐듯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 축소는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들이 실제 바라는 것”이라면서 “학종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고 정시를 비슷한 비율로 늘려 균형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척에서 공동 회견을 진행한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등 23개 교육단체 연대는 비중이 커진 학종의 유지 및 발전을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일부에서 ‘학종 축소’, ‘정시 확대’ 쪽으로 여론을 호도해 수능 위주의 문제풀이식 입시 교육으로 회귀하게 될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학종 같은 다면평가 전형이 미래 사회에 적합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변화하는 동력”이라고 전했다.
박정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은 “재수생 등의 진학 기회를 보강하기 위해 수능이 필요하다는 말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충원률이 급감할 상황에서 힘을 얻지 못할 얘기”라며 “수능을 통한 재수 성공 비율도 낮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 중심이 아닌, 일부 역량이 떨어지거나 대학을 가지 않는 학생들까지 아우르는 의미 있는 고교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나름의 입장에 따른 의견 개진은 온라인에서도 활발하게 일고 있다. 26일 밤 11시 현재 국가교육회의 홈페이지 내 ‘대입 개편 주제토론방’에 게재된 의견 글은 350개에 달한다. 한 40대 초등학생 학부모는 “한줄 세우기 교육은 이제 미래가 없다. 공정의 괴물로 교육의 본질을 집어 삼키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학종에 찬성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반면 또 다른 40대 중학생 학부모는 “고1부터 포기를 배우고, 나보다 못하던 아이가 더 좋은 학교로 가고 자신은 왜 떨어졌는지도 모르는, 그래서 무기력부터 배우게 되는 학종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학종·정시 비중, 수능 절대평가 등 국가교육회의가 다루게 될 쟁점 사안들에 대한 엇갈린 의견들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일부 단체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단체 단식, 노숙 투쟁도 불사할 것을 예고하는 등 공방이 오가는 여론전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지난 23일 구성된 국가교육회의 대입 개편 특위는 26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돌입했다. 특위는 오는 5월까지 수렴한 의견과 교육부의 개편시안을 바탕으로 공론화 범위를 설정할 계획이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