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농협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30일 취임했다. 김 회장이 취임한 농협금융은 농업과 농민 지원에 나서는 농협중앙회의 수익 센터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농협금융은 최근 수년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왔다. 이에 새로 취임한 김 회장이 농협금융의 수익개선을 위해 어떠한 행보를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회장은 30일 농협 본관에서 취임식을 가지고 5번째 농협금융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농업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 향상과 동떨어진 농협금융만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며 “농협금융은 농업·농촌을 지원하는 범농협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출범 당시 향후 순이익이 2015년 2조원을 넘어서 2017년 2조5000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농협금융 출범 이후 진행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저금리 장기화는 농협금융의 순이익이 전망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불러왔다.
농협금융은 2012년 4514억원, 2013년 2930억원, 2014년 768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후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거세게 진행되며 2015년 순익은 4023억원으로 급감한다. 이에 전임 회장인 김용환 전 회장은 농협금융의 부실자산을 순익 상승에 걸림돌로 보고 부실자산을 일거에 정리하는 빅배스를 단행했다.
김용환 전 회장의 빅배스로 농협금융의 줄어든 부실 자산과 함께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농협금융의 지난해 순익은 8598억원으로 회복됐다. 다만 동일한 자산을 놓고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은 아직 타금융지주에 못 미치고 있다. 농협금융의 지난해말 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 0.23%)과 자기자본이익률(ROE, 4.78%)은 업계 선두인 KB금융지주의 ROA(0.81%)와 ROE(10.1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김광수 회장에게는 회복세로 접어든 농협금융의 순익을 타 금융지주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과업이 주어져 있다. 김광수 회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일단 ‘협업’을 제시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농협금융은 농·축협, 범농협 계열사 등 다양한 차원의 협업 채널을 확보하고 있으며, 농협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 단추는 바로 이러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금융그룹 내 협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중앙회·상호금융·농업경제와는 유기적 협업 네트워크를 보다 강화해 농협금융을 “잘생긴 금융지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그의 계획이다. 여기에 낡은 업무 관행을 개선해 스마트한 농협금융을 만들겠다는 혁신 의지도 내비쳤다.
하지만 김광수 회장이 농협금융의 장점으로 제시한 ‘다양한 협업채널’은 김 회장의 계획에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양한 협업채널 만큼이나 의사결정에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금융의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농협중앙회와 전국의 단위 농협은 농협금융이 무시 못 할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광수 회장의 경영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다양한 협업주체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김광수 회장이 중앙회나 단위 농협과의 소통에 실패할 경우 ‘식물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광수 회장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듯 취임사를 통해 “협업은 솔직한 소통에서 시작한다. 저부터 귀를 열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듣겠다. 소통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조율에 나서겠다”고 발언했다.
한편 김광수 회장은 이와 관련해 “향후 100일간 현장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취임 이후 당분간 소통경영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취임식에 앞서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앞으로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30일 취임한 김광수 회장의 임기는 29일 공식적으로 시작됐으며, 향후 2년간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