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마동석만 보였다. 영화의 탄생부터 주연까지 그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한 명의 배우가 가진 존재감과 의미를 잘 보여줬다는 점, 하지만 그것이 영화 완성도를 담보해주진 못했다는 점이 교차하는 영화다.

‘챔피언’은 한 때 팔씨름 세계 챔피언을 꿈꿨던 마크(마동석)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의 스포츠 에이전트를 자처하는 진기(권율)의 제안에 따라 한국에 온 마크는 새롭게 챔피언의 꿈을 꾼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숨기고 싶은 그의 과거가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나고, 마주하고 싶지 않던 가족의 흔적을 목격하게 된다. 아무것도 없이 한국에 온 마크는 팔씨름 하나로 우뚝 설 수 있을까.

‘마동석이 팔씨름을 하면 재밌겠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영화다. 남자들의 힘겨루기 정도로 알려진 팔씨름을 본격적인 스포츠 영역에서 다뤘다. 팔씨름은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힘과 덩치로 우위를 점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나름대로의 요령과 기술이 있다. 체구가 작은 여자 선수들도 기술을 이용해 거구의 팔씨름 선수들을 쓰러뜨리기도 하는 스포츠다. 영화에서도 마동석이 꾸준히 팔의 근력을 키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국내 팔씨름 랭킹 1위의 선수가 팔씨름하는 마크를 얼핏 보고도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걸 눈치 채는 장면도 나온다.

그렇다고 ‘챔피언’을 스포츠 영화로 분류할 수는 없다. 팔씨름은 영화를 전개하는 구실이자 커다란 줄기일 뿐이다. 실제로 영화에는 팔씨름 장면보다 그 이외의 장면들이 훨씬 많다.

‘챔피언’에 숨겨진 메시지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대안 가족 가능성이다. 이 두 가지와 미국에서 더 이상 프로 팔씨름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 이방인 마크와, 돈을 벌어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진기, 아무 연고 없이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수진(한예리)의 이야기가 팔씨름을 중심으로 맞물린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마동석의 장점이 빛난다. 마동석은 그가 서 있는 장소, 만나는 사람에 따라 자유자재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코미디부터 가족,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팔씨름 경기가 다소 거칠고 전형적으로 다뤄진다는 점은 아쉽다. 팔씨름과 가족,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에 엮어서 전개시킬 아이디어가 추가됐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역할의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눈부신 연기를 보여준 한예리의 연기력은 놀라울 정도다. 5월 1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