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을까. ‘드루킹 특별검사(특검)’과 남북정상회담 등 이슈에 밀려 노인 복지 정책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4개 시민단체가 모인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지방선거 노인돌봄 정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어르신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하고 어르신 돌봄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에 대한 정책은 지자체장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후보자들이 정책을 중요하게 다뤄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역별 노인돌봄 실태 파악 등 8개 세부정책을 마련, 지자체장 선거에 나선 각 후보자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시민단체에서 먼저 노인 문제 해결 촉구를 요구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선거에서 노인 관련 정책은 늘 화두였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대선 후보는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해당 공약이 노인층의 표심을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줬다 뺐는 기초연금’을 화두로 던지며 노인 복지 문제를 선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의 ‘치매국가책임제’가 호응을 얻었다.
정치권은 현재 노인 관련 정책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책 경쟁보다는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한국당(한국당)은 드루킹 특검 등에 사활을 걸고 총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인 ‘판문점 선언’ 비준과 국회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여당과 제1야당이 공방을 이어가며 국회는 공전 중이다.
정쟁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각 지역 후보들이 노인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중앙당 차원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에서 발표한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어르신 돌봄체계 도입과 효도전용통장만이 눈에 띄는 중앙당의 노인 복지 정책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노인 관련 정책이 지방선거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우려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방선거에서는 다양한 정책이 경쟁해야 하는데 국가적 이슈로 인해 정책 경쟁이 소멸됐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로 이미 진입했는데 노인 복지 정책 대부분은 ‘늙지 않는 대한민국’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고령화사회에 대한 준비성이 부족하다”면서 “현 지방선거에서도 고령화 관련 정책 개발은 뒷전이 되고 있다. 후보자들이 특정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남희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은 “지역 사회 정책과 노인 복지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지방선거에서 노인 관련 정책이 나오지 않아 매우 아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