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0여 일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북한은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7~8일 중국 다롄(大連)을 전격 방문해 시 주석과 회동했다. 지난 3월 25~28일 방중 이후 두 번째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이번 회동을 통해 양국 관계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다롄 인근 바닷가에서 산책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또 김 위원장은 방중 일정을 마친 뒤 시 주석에게 감사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 위원장이 "조(조선)·중 사이의 마음속 거리는 더더욱 가까워졌고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로 이어졌다"고 강조하자 시 주석은 "조·중 두 나라는 운명공동체, 변함없는 순치의 관계"라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8일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견지와 북미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시 주석은 "유관 각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역내 영구적 평화를 실현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길 원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북중 정상간 회동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를 두고 회동 목적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폐기 대상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에서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전체로 확대했다. 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라는 이전의 기조를 바꿨다. '완전한' 을 '영구적인'(Permanent)으로 한층 조건을 강화한 PVID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중 관계 과시를 통해 대미협상력을 높이려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배제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후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서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식시키기 위해 연내 남북과 미국의 3자회담 혹은 남북과 미중 간 4자회담을 모색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이에 차이나패싱(중국배제) 우려가 제기됐다.
앞서 지난 3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에 급파돼 김 위원장을 만나는 등 중국은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해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