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형 당뇨병 관리를 위한 의료기기 건강보험 적용을 학수고대하던 환자들이 다시 한 번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 측의 애초 약속과 다르게 혈당 관리 의료기기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어린이집, 각급 학교 내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발표하면서 혈당관리에 도움을 주는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펌프 등의 소모품을 건강보험을 통해 최대 90%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월24일 열린 ‘당뇨병환자 건강보험 지원 확대 관련 전문가 및 환자단체 간담회’ 현장에서 정부측 관계자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고 한다. 우선 제1형 당뇨병 혈당 관리 의료기기 구입금액에 대한 보장 상한선을 기존 6개월 최대 45만원에서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 금액은 이미 인슐린 주입용 주사기나 자가혈당측정용 시험지 등에 대해 기존에 정부가 지원해 온 액수다. 대신 기존 상한 금액 안에서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에 사용되는 소모품이 보장 대상에는 포함된다.
문제는 연속혈당측정기 등을 환자들이 제대로 사용하기에 6개월 45만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사실이다. 연속혈당측정기 소모품(센서)의 경우 6개월 소요비용이 200만원을 상회하지만 정부 측은 제품의 정확도, 시장 내 독과점 상태, 가격 책정상의 어려움 등을 들었다. 또 향후 금액 확대 계획에 대해서도 “필요성이 제기되면 다시 논의하겠다” 정도만 밝힌 상태다.
반면 이날 간담회에서 19세 이상 제2형 당뇨병 환자의 1일 보장 상한액은 9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논의됐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실시간으로 환자의 혈당을 측정해 주며, 유사시에는 알람을 통해 고혈당 혹은 저혈당 위험을 알려 환자의 안전과 혈당 관리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그동안 해외 업체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건강보험 적용 등 정부의 관심에서 제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덱스컴, 메드트로닉, 애보트 등 다수의 의료기기 회사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판매하고 있다. 결국 제품이 들어오지 않으니 환자 부모가 스스로 제품을 사용할 방법을 찾아 나서다 오히려 정부기관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제1형 당뇨병 환자와 부모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환자와 부모들로 구성된 인터넷 카페에서는 ‘7월부터 소아당뇨 소모성 재료에 90%까지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환자 부모는 “아이가 ‘먹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혈당이 언제 어떻게 출렁일지 몰라서”라며, “아이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바늘로 찌르는 고통을) 두 달만 더 참자며 기다리고 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하루하루가 소중한 아이들의 시간이 기약 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계부처 담당자는 “지난해 11월 동 대책 논의 시 소아 당뇨환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소모성 재료를 추가 확대하는 것으로 논의됐으며, 기준금액 인상(현재 1일 2500원의 90% 지원)과 관련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며 “다만 인슐린 자동주입기 등 급여 결정 시 동 기기에 대한 별도의 급여 기준을 마련해야 함에 따라 소모성 재료도 함께 기준 금액 인상 필요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해왔다.
제1형 당뇨병이 소아당뇨병으로 통칭되는 이유는 제2형 당뇨병과 달리 소아에서도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린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특히 성장 호르몬의 영향에 의해 혈당 변화가 더욱 극심해 고혈당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은 물론이고, 저혈당의 위험도 매우 높다. 저혈당이 심해지면 의식을 잃거나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의 질병 이해가 낮아 많은 어린 당뇨병 환자들이 친구들의 눈을 피해 화장실 등에 숨어서 인슐린 주사를 맞아 왔다.
또 저혈당 우려 때문에 체육 활동 등에서 제외되기 일쑤여서 정서적 타격도 아동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혈당만 적정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일반 아동과 전혀 다를 바 없이 모든 활동에 참여 가능한 것이 제1형 당뇨병 환자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