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련감염(Healthcare-associated infection)을 정의하면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여러 가지 시술이나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염’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모든 감염병을 예방하고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의료관련감염 만은 막아 병을 고치기 위해 찾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병을 얻어 가지는 말도록 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 시작은 1840년대 오스트리아에서다. 의사와 의과대학 학생들이 산욕열(출산 후 발생한 감염증상)로 인한 산모들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한 것에서 시작됐다. 실제 손 위생을 통해 사망률이 11%에서 2%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고, 근대 병원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국내의 경우 1992년 병원감염관리준칙이 제정된 이후 1995년 병원감염관리학회 출범, 2003년 의료법 개정 등이 이어지며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졌다. 하지만 의료술기의 발전 속도와 위상에 비하면 감염관리 등에서는 많은 부분 부족한 점들이 거론된다.
의료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5년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이 처음 개발한 후 분야별 지침을 개정한데 이어 지난 2017년에는 표준예방지침을 전면 개정했다.
정부 또한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의료법을 재개정하고 감염관리료를 신설하는 등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와 공동으로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를 구축하고 감시체계를 운용하는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의료법과 의료법 시행규칙, 의료기관 사용기구 및 물품 소독지침 등을 개정해 학회가 제시한 표준예방지침 내용 중 일부를 의료기관의 의무로 규정하고, ‘환자안전관리체계’ 및 주의경보체계를 활성화해 의료기관에서의 감염병 발생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2017년 7월 환자안전법에 근거를 둔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체계를 고도화해 감염을 포함한 병원 내 환자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타 의료기관에서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한편, 오는 8월부터는 병상 간 이격거리 등 시설기준을 시행해 감염확산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예방이 완벽히 이뤄질 수 없다는 것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침습적 수기나 검사가 증가하고, 고령화와 면역저하 환자의 증가, 각종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 확대 등으로 의료관련감염이 더 많아지고 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유진홍 가톨릭대의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18년 1월 대한의사협회지에 게재한 '의료관련감염관리의 원론과 전망' 논문에서 대표적인 의료관련감염을 요로감염과 창상감염, 폐렴과 혈류감염으로 구분하고 ▶감염 전파경로의 차단 ▶적절한 대처를 위한 관심과 주의 ▶철저한 손 위생 ▶내성관리 ▶환경의 청결관리 ▶소독과 멸균 관리를 위한 의료관련감염 관리의 전반에 대한 기본지식을 숙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감염관리는 전염(감염의 전파경로)의 차단과 내성과의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전국의 감염관리 전담 내지 전문의사들의 대다수는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함 속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며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국한된 관리가 아닌 폭넓은 관심과 지원 속에서 충분한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점들이 많은 듯하다. 당장 <4화. 당신의 가족이 병원에 있다면> 기사 말미에 던진 화두처럼, 완벽할 수 없는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과나 결과가 없어 막연히 투자만 해야 하는 감염관리 의무와 책임을 누가 져야하는지에 대한 공론화 과정 없이 의료계의 양심과 의지에만 맡겨져 있다.
끝도 없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의료기관이 책임지고, 의료관련감염 방지를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는 어떤 점들을 지원하고 부담해야하는지가 정해지지 않다. 그렇다보니 표준지침은 있지만 존재로 그치는 경우들이 많고, 의료기관의 경영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감염관리의 질이 좌우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여기에 사회정서나 시류의 영향을 받는 정부나 국회, 시민사회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강한 의료계의 입장 차는 의견충돌을 넘어 집단 반발의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사망사건이 그렇다. 더구나 미국 등 해외에서도 사회적 요구와 의료계가 충돌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 의료관련감염 관리, 누구 돈으로 어디서 시작해야하나?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서 막을 수 있는 의료관련감염의 관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디까지 이뤄져야할까. 그리고 의료관련감염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누가, 어떻게 충당해야할까.
병원중앙공급간호사회는 “적절한 소독과 멸균은 미생물의 숫자를 감소시키거나 감염의 전파를 예방할 수 있다”며 의료관련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가 의료기구 등 침습적 행위에 사용되는 장비의 소독·멸균임을 피력했다.
이어 의료기구의 반납부터 분류, 세척, 검수, 조립, 포장, 멸균, 저장, 불출 등 재처리 전 과정에서 제안된 지침을 준수하고, 특히 전동기구, 내시경, 내관이나 채널이 있는 복잡한 의료기구의 경우 분해와 세척, 재조립을 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에 의한 전문화된 관리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한다. 기반 시설과 지식, 장비와 소요재정, 체계화된 관리체계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실적으로 재처리 과정의 비용 보상체계가 전무해 세척과 멸균을 철저히 하면 할수록 의료기관의 비용 증가가 부담이 되므로 표준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감염예방관리료와 소독료 혹은 세척·멸균관리료 등을 신설·지원해 감염관리실 설치 및 운영, 감염관리 의사 및 전담간호사 확보하고 감염관리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은숙, 정재심, 김경미 등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일원들도 병원감염관리학회지에 올린 '병원감염관리 비용조사연구'에서 적절한 관리를 위한 재정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설파하며 2004년을 기준으로 800병상 이상 대학병원 8곳의 병원감염 관리비용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의료기관들은 기반시설 및 장비를 제외할 경우 ▶개인보호구 ▶손위생제제 ▶소독제 ▶직원감염관리 ▶격리실 ▶환경관리 ▶감염관리실 총 7개 범주에 해당하는 감염관리비용을 지속적으로 지출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들 8개 대학병원에서 감염관리를 위해 사용한 비용은 연간 평균 9억3313만3309원으로 100병상당 7851만1500원을 썼다. 2004년 대비 2017년 소비자물가지수가 34.8%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병원별로 약 12억5786만원, 100병상당 1억583만원을 감염관리에 소비한다고 추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감염관리 비용을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감염관리 프로그램이 (병원별로) 표준화돼있지 않고, 전담자의 직종과 근무형태, 인건비 등을 추정하기가 어렵다. 연구에서는 최소비용으로 추정했다”며 “감염관리를 위한 비용은 감염관리 프로그램이 정착될수록 증가하며 지원규모 및 체계 마련을 위해 각종 비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정비용을 중심으로 산출된 만큼 단발성이 강한 장비 및 시설에 대한 비용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효율적인 감염관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속적인 병원감염감시와 수술부위감염감시결과 보고, 250병상 당 1명 이상의 감염관리간호사 및 감염관리의사가 필요하다고도 토로했다.
다행인 점은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통해 감염병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게 된 정부와 시민사회도 의료관련감염 예방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일련의 논의를 바탕으로 오는 6월까지 ▶시설, 인력, 장비 등 감염관리 인프라 강화 ▶조사 및 감시체계 확대 ▶기술지원 및 자문, 인센티브 등을 통한 감염관리 강화을 담은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의료계에서 요구한 ‘감염예방관리료’ 개편을 통한 주기적 감염 배양 감시활동 활성화와 필수 소모품 사용 확대에 따른 보상 강화, 일회용 치료재료에 대한 별도 보상방안 등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 감염관리는 어려운 그리고 지루하고 난해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픈 사람을 고치는 것만큼 오히려 더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진도, 정부도, 국민도 함께 고민하고 적절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6월이 기다려진다. 과연 어떤 결론이 도출될까?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