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시’ 부활을 앞두고 은행 취업을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하반기 은행 채용부터 새로 마련되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취준생들은 변화하는 채용기준에 따라 그동안 준비해온 취업 준비가 물거품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14일 은행연합회와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22개 회원사는 이르면 하반기 공채부터 필기시험 도입을 골자로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적용에 나설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다음달 모범규준이 의사회에서 의결되면 하반기부터 회원사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모범규준이 채용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회원사들도 반대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 역시 모범규준이 마련되면 즉각 적용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필기시험을 미 도입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 모범 규준이 채용비리 의혹에 따라 마련된 만큼 적용을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초안은 현재 은행 채용절차에 필기시험을 도입하고, 서류전형을 외부기관에 맡기거나 외부 전문가를 심사에 참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면접은 외부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모범규준은 부정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하고, 임직원 추천제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취준생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부분은 필기시험 도입이다. 취준생들은 급작스런 필기시험 도입과 기존 필기시험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은행 등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 은행 취업을 목표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던 취준생들에게 하반기 채용부터 즉각적인 필기시험이 도입될 경우 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분야 상식을 두고 비상경계열 취준생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은행이 채용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논술시험 폐지를 검토하면서 해당 은행의 논술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취준생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였다. 은행 한 관계자는 “필기시험에서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논술문제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취준생들의 이러한 우려는 선제적으로 필기시험을 부활시킨 우리은행의 지난달 필기시험을 두고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 필기시험을 본 한 취준생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채용공고에 전공무관으로 표시해 놓고 국제 경제, 외환, 파생상품의 손익구조 등이 시험문제로 출제됐다”며 필기시험의 불공정함을 주장 했다.
그러나 취준생들의 불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시간을 두고 모범규준 도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기준이 하반기부터 즉각적으로 변경될 경우 그동안 취업을 준비해온 취준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기존 취준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시간을 두고 모범규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