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리마스터로 탄탄해진 ASL, 지속가능한 e스포츠의 가능성

[르포] 리마스터로 탄탄해진 ASL, 지속가능한 e스포츠의 가능성

ASL, 지속가능한 e스포츠의 가능성

기사승인 2018-05-28 11:02:15

‘이영호 없는 결승전’은 흥행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리그(ASL) 시즌5 결승전을 앞두고 꼬리표처럼 따라 붙은 의문부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이 같은 우려는 말끔히 씻겼다.

27일 서울 삼성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ASL 시즌5 결승전은 팬들의 함성으로 그득했다. 결승에 오른 정윤종과 장윤철은 모두 프로토스 유저다. 동족전인 데다가 이영호, 이제동 등 스타 선수가 올라오지 못해 흥행 참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아프리카TV 집계에 따르면 1400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1000석 규모로 마련된 대회장은 진작 가득 찼고, 양 사이드에는 미처 입장하지 못한 팬들로 성시를 이뤘다.

정윤종과 장윤철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리버를 중심으로 한 아슬아슬한 셔틀 운영은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장윤철의 투박한 패기가 돋보였지만 노련한 정윤종이 이를 무던히 받아내며 3-1 승리를 거뒀다.

현장에서 확인한 팬덤은 왜 스타크래프트가 장수 중인지를 알 수 있다. 남녀노소, 내외국인, 10~50대의 다양한 연령층까지…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는 프로 스포츠 못지 않은 넓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e스포츠가 젊은 사람의 전유물이라는 표현은 이미 옛말이다.

대회장을 찾은 한 10대 남성 팬은 “처음 인터넷 방송을 통해 대회를 우연히 접했는데, 지금은 꾸준히 경기장을 찾는 팬이 됐다”고 말했다. 함께 온 10대 팬은 “최근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중년 팬은 “30대에 처음 스타리그를 접하고 지금까지 좋아하고 있다”고 했다.

첫 프로토스 우승자를 가리는 자리인 만큼 두 선수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둘은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동료애를 과시했다. 경쟁자에 앞서 동업자이기 때문이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팬들 사이에서 ‘스타’다. 단순 선수로서만이 아니다. 이들은 대개 아프리카TV에서 방송자키(BJ)로 활동하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 중이다.

이날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는 “이제는 아마추어 대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말이다. 이 같은 결정은 대회 참가 신청자가 증가세인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대회에 대한 시청자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실제로 연습을 거쳐 대회에 참가하는 10~20대 선수가 생겨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 후 장윤철은 ASL에 대해 “선수로 출전하는 대회다. 동기부여에서 정말로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우승자 정윤종은 “(방송을 통해) 팬들께서 응원과 기대를 보내준 것을 충족시키려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제 스스로 동기부여보다 팬분들의 동기부여가 컸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6월에 형들이 (김)택용이형 면회 가자고 했다. 우승을 한 만큼 꼭 가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윤종은 김택용이 군 입대로 시드권을 포기하면서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올해로 스타크래프트는 출시 20주년을 맞았다. 이 게임은 한국 PC방 문화를 만들었고, e스포츠의 태동을 이끌었다. 리마스터 출시로 새 국면을 맞은 스타크래프트다. 스타크래프트 대회의 역사는 곧 e스포츠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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