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성 히어로’ 고요한이 중용되는 이유

‘언성 히어로’ 고요한이 중용되는 이유

‘언성 히어로’ 고요한이 중용되는 이유

기사승인 2018-05-29 13:08:04

신태용 감독이 현 대표팀 구성원 중 가장 흡족해 하는 선수는 누굴까?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 등 눈에 띄는 스타플레이어도 있지만 혹자는 ‘고요한’이란 세 글자 이름이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고요한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A매치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77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고요한은 윙백으로 출전해 우측에서 이청용과 호흡을 맞췄다. 둘의 콤비네이션은 상호 보완적이었다. 아직 폼이 완전하지 않은 이청용에게 고요한은 환상적인 파트너였다. 고요한은 풀백이 익숙하지만 이번 시즌 소속팀 FC 서울에서 측면 공격수로 배치돼 득점을 올리는 등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고요한에게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요구했다. 고요한은 경기 초반부터 이청용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며 투지 넘치게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고요한이 공격에 나서면 자연스럽게 이청용이 뒤쪽으로 물러나 역습 상황을 대비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고요한은 “감독님께서 공격적인 부분을 많이 요청했다. 저도 공격을 좋아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장점을 살리고자 많이 오버래핑 하고 나가려고 노력을 했다. 청용이 옆까지 올라가면 상대방 윙어와 윙백들이 자리 잡는 게 힘들어 진다.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고요한은 온두라스전에서 윙백으로 출전했지만, 우스갯소리로 골키퍼 빼고 다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수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대표팀에서 이탈하고,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대거 나온 상황에서 고요한은 예쁨을 받지 않으려야 그럴 수 없다.

고요한은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였다. FC 서울 ‘원클럽맨’ 고요한은 포지션을 자주 바꿨지만 가장 빛난 건 풀백이다. 그러나 근래엔 수비형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만점짜리 활약을 펼쳤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신 감독을 흡족케 한다. 고요한은 “팀이 필요로 하고, 보탬이 되는 임무라면 어떤 포지션이든 다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멀티 플레이어란 수식어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한다. 부담도 되지만 이겨내야 한다”면서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이날 이청용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청용이가 앞에서 많이 도와줬다”고 운을 뗀 고요한은 “청용이와 경기 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첫 번째 볼 터치할 때 청용이가 어떻게 움직일지 이런 부분에서 많이 이야기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게임 하기가 편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온두라스전 선발 엔트리 중 고요한, 주세종, 이청용은 과거 FC 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고요한은 “저로서는 세종이가 같이 뛰면 심리적으로 크게 도움이 된다. 청용이는 오랜만에 발을 맞췄는데 확실히 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콜롬비아전에서는 (기)성용이가 많이 도와준 기억이 있다”고 했다. 끈끈한 동료애가 경기에서 좋은 시너지를 낸 셈이다.

고요한은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승우와 문선민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승우 선수나 문선민 선수는 A매치 데뷔전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승우는 개인 능력과 센스가 좋다. 선민이는 골까지 넣어서 팀에 보탬이 됐다”면서 활약을 기렸다.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고요한은 콜롬비아전과 같이 ‘맨투맨 마킹’의 특명이 내려질 수도 있다. 콜롬비아전을 회상한 고요한은 “하메스는 세계적인 선수다. 어떻게 막아야 할지 두려웠던 점도 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몸을 부딪치고 하니깐 긴장이 풀리고 더 괴롭힐 수 있었던 것 같다. 팀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하메스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게 팀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고요한은 경기 초반 공격적인 태클로 하메스의 플레이를 주눅 들게 했다. 고요한은 “그 태클로 하메스가 흥분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면서 “하메스는 왼발 패스가 좋다. 제가 최대한 좋은 패스나 킥을 못 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신 감독이 본선무대 맨마킹 대상을 언급한 게 있느냐고 묻자 “아직까지 그런 이야기는 하시지 않았다”면서 웃었다.

이날 온두라스전을 통해 신태용호의 플랜A는 4-4-2임이 재확인됐다. 그러나 아직 플랜B는 베일에 싸여있다. 스리백이 유력하지만 변형전술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에 대해 고요한은 “포백이든 스리백이든 준비하면서 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4-4-2 포메이션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월드컵에선 분명 다른 주문을 하실 거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대구 |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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