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며 의사로써의 역할과 전문성을 쌓아가는 의사학생 즉, 전공의들이 방사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병원이나 선배 의사들은 일련의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방사선 노출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인턴 202명, 레지던트 458명 등 응답자 총 660명 중 640명인 96.96%가 수술상 혹은 CT실 등에서 방사선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CT실에서의 영상촬영보조 등의 지원업무(CT킵)의 대부분이 인턴(수련의)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다수의 전공의들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1시간, 한 주에 2~5회, 1년 중 2~4개월 많게는 1년 내내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음에도 방사선 작업종사자 혹은 관계종사자로 등록돼있지 않았으며 개인피폭선량측정(TLD) 등을 측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응답대로라면 전공의 660명 중 작업종사자 혹은 관계종사자로 등록됐다는 응답은 39명(5.9%)과 40명(6.06%)에 불과했고, ‘들어본 적도 없다’는 응답이 60.15%(397명)과 59.84%(395명)에 달했다.
개인피폭선량을 측정하는 뱃지를 사용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도 ‘있다’는 응답은 9.84%에 불과한 65명이었던 반면, 사용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61.36%인 405명에 이르렀다. 방사선 노출한계량에 대해 알고 있거나 한계량을 넘긴 적이 있냐는 응답에도 ‘모르겠다’는 이들이 553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병원이나 선배 의사들은 무관심했다. 실제 방사선 노출업무 관련 주의사항이나 안전교육을 받은 이들은 660명 중 101명인 15.3%에 불과했다. 심지어 CT실에서의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수련이나 교육을 받은 이도 10명 중 1명이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94.24%(622명)가 입사 당시 방사선 노출가능성에 대해 고지 받은 적이 없었다.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를 잘 받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91.06%(601명)는 아니라고 답했고, 방사선 노출 시 보호구를 철저하게 제공받고 있냐는 질문에도 69.54%(459명)가 제공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방사선을 차단하는 납복이 철저히 주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20.3%(134명)이 ‘비용문제’를 1순위로 꼽았고, 11.06%(73명)이 ‘수량부족’, 9.84%(65명)이 ‘시간부족’, 8.18%(54명)이 ‘병원의 무관심’을 들었다.
이와 관련 한 인턴은 “아무리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요인이고, 1년만 근무하는 인턴이라도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며 “방사능에 너무나 대책없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 심지어 얼마나 노출되는지 측정도 안되고, 관리도 않는 상황은 정말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인턴으로 근무하며 관행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졌던 인턴의 시티킵 업무가 상당히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이라며 “수련과 고강도 근로를 동시에 수행하는 인턴의 열악한 처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돈침대로 단체소송이 일어나고, 환자들이 진단용방사선 피폭에도 경각심을 갖는 시대적 흐름과는 역행하는 인턴의 근무환경은 개탄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며 “병원이 수련 책임자로서 그동안 인턴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 예”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동훈 전 대전협회장은 “인턴 때 CT킵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으나 지나고는 잊었다. 레지던트를 하면서 CT킵하는 인턴 선생들을 보며 왜 피폭을 당연하게 생각해야하는지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또 금방 잊었다”면서 “차폐복이 제대로 차폐가 되는지도 사실 의문이지만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을 위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라돈침대 논란과 관련해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며 중장기적 대책과 진료계획을 발표해야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도, 정작 전공의들의 피폭문제에 대해서는 “문제를 파악 중”이라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CT팁 문제는 다양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실태조사 등을 통해 전공의들의 방사선 노출정도와 분포, 노출의 원인과 문제 등을 면밀히 파악해 대책을 논의해야할 것”이라며 조만간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